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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Feb 01. 2023

커피 가루가 떨어지는 장치

MAtt's Toy Workshop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균일하고 곱게 커피콩을 분쇄할 그라인더가 필요합니다. 커피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두 좋은 커피 그라인더를 갖고 싶어 하죠. 저도 끝없는 지름신의 유혹을 견디고 견뎌 집에서 쓸만한 가장 저렴한 그라인더를 사용하고 있지만 어딘지 부족해서 소소한 개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64


그리고 한동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던 불편함은 예고 없이 다가오고 그렇게 느낀 불편함은 계속해서 마음에 남게 됩니다.



곱게 간 커피 가루가 통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요. 정전기 때문입니다. 물론 탈탈 털어주면 떨어지지만 커피를 넣기 전에 분무기로 물을 조금 뿌리거나 고가의 그라인더 아예 정전기 방지 장치가 있다고 해요. 이 애매한 불편함에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드라마를 볼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게임을 할 때도, 화장실에서 명상의 시간을 가질 때도 갑자기 떠올라서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해결 방법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어요. 옛날에 만든 소형 선풍기입니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70055?utm_source=wadiz&utm_medium=email&utm_campaign=rewardprocess



저도 몇 개나 가지고 있지만 생산하다 생긴 불량품이 몇 개 남아 있었거든요.



모터로 동작하는 제품은 진동이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선풍기는 날개의 무게가 고르지 않으면 떨리거나 소음이 나기도 하지요. 커피 가루를 떨어트리려고 흔들다가 흔들리는 불량 선풍기가 생각났습니다.



조심스럽게 분해하면 숨은 날개가 드러납니다.



작은 크기라 팬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그렇게 크지 않아도 이렇게 날개를 몇 개 잘라내면 진동이 생기겠지요.



더 큰 진동을 만들기 위해 날개 사이에 들어갈 만한 작은 볼트를 주어왔습니다.



아무리 작은 선풍기라도 상당히 빠르게 회전합니다. 혹시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순간접착제로 고정하고 더 튼튼히 붙어 있도록 소다가루를 살살 뿌려줍니다. 소다 가루는 마르지 않은 순간접착제 속으로 퍼지면서 돌처럼 단단하게 붙게 되지요.



이제 바람 대신 부들부들 진동이 나옵니다. 다시 잘 조립한 다음 양면테이프로 커피 그라인더 통에 붙여줍니다.



지난번 만든 커피 가루 불어주는 장치와 함께 커피 그라인더는 점점 프랑켄슈타인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정전기에 떨어지지 않던 커피 가루들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후드득 쏟아집니다. 그동안 괴롭게 남아 있던 마음의 불편함도 후드득 쏟아졌습니다.


https://youtu.be/GfjAlKwTA_A


물론 아주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고 커피 가루가 통 바닥에 조금 남아 있지만 그건 내일 마실 커피를 위한 거예요.


그런데 이 진동이 제법 커서 무언가 다른 걸 떨어트리는데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닥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케첩통 같은 것 말이죠. 바로 실험해 보았지만 이런 잔진동으로는 소용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진동으로 떨어트리는 건 대상이 가진 고유 진동수에 맞춰 진폭을 크게 만들어주는 걸 테니 덩어리로 붙어있는 케첩을 떨어트리려면 크고 낮은 진동이 필요할 듯합니다.


자동차 발판에 먼지를 털어주는데 유용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어깨에 올리면 무척 시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형 선풍기로 안마기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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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40429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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