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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무늬 감쪽같이 칠하기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세상에 타지 않는 물건은 없을 테지만 대리석이 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가스레인지와 가까운 곳에 싱크대 대리석 상판이 열에 노랗게 타버렸습니다. 열에 살짝 갈라지고 노랗게 변한 곳 주변에는 검은 색상도 바래져 사라진 걸 보면 진짜 대리석은 아니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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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고칠까 찾아봤는데 그라인더로 변한 곳을 깎아 내는 방법이 정석인가 봅니다. 드디어 새로운 장비를 사볼 구실이 생겼지만 갈라진 정도를 보니 1~2mm 이상 갈아낼 각오가 아니면 이 방법은 안되겠더라고요.


상판을 통째로 바꿔볼까 고민하다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열로 변질된다면 앞으로도 또 변색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일 테니까요. 하지만 더 안타까운 건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 정말로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게임을 하다 게임 오버되어 속이 상할 때, 정성 들어 내린 커피 맛이 어딘지 더 쓸 때, 한참 재미있던 드라마가 갑자기 끝나버렸을 때 특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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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집착이야 마음을 타이르며 대리석 무늬를 가만 보고 있으니 흩어진 무늬가 복잡한 마음보다 단순해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쓰다 버린 아크릴 물감을 꺼냈습니다. 흰색과 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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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섞어서 배경색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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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변한 곳을 중심으로 칠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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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으로 점을 찍어 줍니다. 얇게 그린 무늬라 배경에 회색이 비쳐 보이도록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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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검은색 무늬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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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을 붓 끝으로 점점이 찍어 줍니다. 이건 대리석이다 이건 대리석이다. 반복해서 주문을 외며 점을 찍으면 더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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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비교입니다. 감쪽같지.... 않죠. 잘 보면 흰색도 과하고 검은 점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습니다.

https://youtu.be/Q7UehVsTUdQ


처음부터 패턴을 분석할 위치를 5군데 정도 선정하고 검정, 회색, 그리고 흰색의 무늬 크기와 수를 세고 분포를 분석한 다음 평균 점의 수를 파악해야 했어요. 너무 성급하게 도전했나 봅니다.


어쩐지 더 신경이 쓰이게 되었는데 잘 보니 갈색 점도 있네요.


상판을 밀어버릴 그라인더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세상 재미있게 읽는 방법: 4차 혁명 표류기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40429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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