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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Feb 06. 2023

대리석 무늬 감쪽같이 칠하기

MAtt's Toy Workshop

세상에 타지 않는 물건은 없을 테지만 대리석이 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가스레인지와 가까운 곳에 싱크대 대리석 상판이 열에 노랗게 타버렸습니다. 열에 살짝 갈라지고 노랗게 변한 곳 주변에는 검은 색상도 바래져 사라진 걸 보면 진짜 대리석은 아니었나 봐요.



이걸 어떻게 고칠까 찾아봤는데 그라인더로 변한 곳을 깎아 내는 방법이 정석인가 봅니다. 드디어 새로운 장비를 사볼 구실이 생겼지만 갈라진 정도를 보니 1~2mm 이상 갈아낼 각오가 아니면 이 방법은 안되겠더라고요.


상판을 통째로 바꿔볼까 고민하다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열로 변질된다면 앞으로도 또 변색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일 테니까요. 하지만 더 안타까운 건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 정말로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게임을 하다 게임 오버되어 속이 상할 때, 정성 들어 내린 커피 맛이 어딘지 더 쓸 때, 한참 재미있던 드라마가 갑자기 끝나버렸을 때 특히 말이죠.



이건 집착이야 마음을 타이르며 대리석 무늬를 가만 보고 있으니 흩어진 무늬가 복잡한 마음보다 단순해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쓰다 버린 아크릴 물감을 꺼냈습니다. 흰색과 검정입니다.



적당히 섞어서 배경색을 만듭니다.



색이 변한 곳을 중심으로 칠해줍니다.



하얀색으로 점을 찍어 줍니다. 얇게 그린 무늬라 배경에 회색이 비쳐 보이도록 그립니다.



그리고 검은색 무늬를 그리고



하얀색을 붓 끝으로 점점이 찍어 줍니다. 이건 대리석이다 이건 대리석이다. 반복해서 주문을 외며 점을 찍으면 더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겁니다.



전후 비교입니다. 감쪽같지.... 않죠. 잘 보면 흰색도 과하고 검은 점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습니다.

https://youtu.be/Q7UehVsTUdQ


처음부터 패턴을 분석할 위치를 5군데 정도 선정하고 검정, 회색, 그리고 흰색의 무늬 크기와 수를 세고 분포를 분석한 다음 평균 점의 수를 파악해야 했어요. 너무 성급하게 도전했나 봅니다.


어쩐지 더 신경이 쓰이게 되었는데 잘 보니 갈색 점도 있네요.


상판을 밀어버릴 그라인더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세상 재미있게 읽는 방법: 4차 혁명 표류기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40429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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