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D 프린터 필라멘트로 라탄 바구니 짜기
MAtt's Toy Workshop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까운 것들이 있습니다. 팅팅 부어오를 얼굴 핑계로 남긴 라면 국물, 호기롭게 버린 요거트 가득 남은 뚜껑 그리고 3D 프린터로 뽑고 애매하게 남은 필라멘트는 버리고 나서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도록 남죠.
기다란 플라스틱인 필라멘트는 3D 프린터의 재료입니다. 출력할 때마다 얼마만큼의 필라멘트가 필요한지 표시가 되지만 이 필라멘트는 절대 딱 맞게 쓸 수 없어요. 항상 다음 출력보다 적게 남아서 새 필라멘트 포장을 뜯죠. 이런 필라멘트는 모아두었다가 3D 프린터 팬에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 저는 3D 프린터 팬은 없거든요. 하지만 며칠 전 이케아를 구경 갔다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라탄 바구니를 만들 수도 있겠다고 말이죠. 물건 저렴하기로 유명한 이케아인데도 라탄 제품은 상당히 비싼데 플라스틱으로 짠 바구니 제품조차 나무 제품과 가격차이가 없더라고요.
라탄 제품이 원래 이렇게 비싼 걸까 싶어 남은 3D 프린터 필라멘트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할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화분 없이 검은 플라스틱으로만 된 조화를 위한 바구니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화분 크기를 재구요.
바닥이 될 플라스틱 판을 자릅니다. 보통은 바닥부터 짜지만 플라스틱 필라멘트가 생각보다 뻣뻣해서 쉽지 않겠더라고요. 궁글게 자른 플라스틱 판에 구멍을 냅니다. 안과 밖이 번갈아 교차하면서 짜기 때문에 구멍 숫자는 홀수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탄 바구니의 기둥이 되는 부분을 날대라고 합니다. 날대는 바구니 높이에 윗부분 지름 정도의 길이가 필요하지만 2줄이 한 날대가 되니까 그 길이에 2배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만큼 필라멘트를 자릅니다. 한 구멍에 2줄이 들어가니까 11개 구멍을 위해서 날대 11개를 준비합니다.
날대를 이렇게 끼우면 되는데 물을 뿌리면 연해지는 라탄이 아니라 엄청 뻣뻣한 데다 심하게 구부리면 똑하고 부러집니다.
그래서 물 대신 이렇게 불로 열을 가해서 구부립니다. 라이터 불꽃 끝으로 가열하면 그을음에 시커멓게 되니까 불꽃 안쪽으로 살짝 녹입니다. 그리고 적당히 구부리면 되죠.
빙 둘러 끼우면 둥글게 감겼던 필라멘트의 옛 모습 때문에 공처럼 되어 버립니다. 진짜 라탄보다 짜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짜 라탄 바구니를 만들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요.
옆면이 되는 라탄을 사릿대라고 하는데 안과 밖을 교차하면서 아래에서 감아올리면 됩니다.
감아올리다 보면 필라멘트가 똑떨어집니다. 원래 애매하게 남았으니까요. 이럴 땐 안쪽에서 적당히 자르고 조금 교차해서 이어서 감아 올라가면 됩니다.
적당한 높이가 되면 사릿대를 자르고
둘레 길이만큼 남은 날대를 접어 안팎을 번갈아 끼웁니다. 라탄처럼 유연하지 않아 불로 가열해서 접어야 합니다.
남은 부분은 날대와 날대 사이 즈음에서 자릅니다. 이렇게 잘리고 남은 짧은 필라멘트는 정말 어디 쓸데가 없네요.
플라스틱 화분을 넣어줍니다. 처음에는 갈색 아크릴 페인트를 칠할 생각이었는데 하얀색도 예뻐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애매하게 남은 검은색 필라멘트도 있는데 검은색 필라멘트 라탄 바구니도 만들어 봐야겠어요.
라탄 바구니 짜기는 본래 알고 있던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배웠습니다. 아주 옛날에는 누구나 아는 기술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글로는 배우기 힘들고 누군가의 어깨너머로 배우기 딱 좋은 난이도거든요. 이제는 그 누군가의 어깨가 없어져 아쉽지만 그 자리를 유튜브가 대신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재미있는 건 이만한 크기에 화분을 3D로 출력하는 것보다 손으로 짜 올리는 편이 더 빠릅니다. 한 바퀴만 감아도 필라멘트 두께만큼 올라가는 거니까요. 라탄 바구니를 짜는 기계가 있다면 저랑은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 3D 프린터는 이겼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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