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프라모델은 만들 거 없으면 손쉽게 만드는 밀키트 같아요. 그러니 어린 시절 좋아하던 건담은 실패할리 없는 제육볶음 같은 선택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묘한 플라모델을 발견했습니다. 건담 RX-78-2가 아니라 가덤 RX-78-2입니다.
1970년대 만화 영화인 건담은 원작 만화 영화에서도 가끔 이상하게 그려질 때가 있습니다. 그게 재미있다고 그대로 모형을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덤은 이렇게 대놓고 망가진 건담을 얼핏 보면 GUNDAM처럼 보이도록 GADUM이랍니다. 이거라면 지구의 평화를 완벽하게 지킬 수 있을 것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겠어요.
포장은 반다이보다 꼼꼼합니다. 슬라이드식 아웃박스를 열면 빨간 상자와 파란 상자가 나오는데
빨간 상자 안에 부품은 미리 도색이 되어 있습니다. 스티커도 아니고 도색 부품입니다.
심지어 태엽도 들어 있습니다. 단순히 반다이의 건담 모형들과는 비할 수 없는 차별성을 가지게 됩니다.
설명서까지 풀 컬러인데 이게 어디가 앞인지 어느 방향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쉽게 감이 오지 않습니다. 뭐 이미 팔다리를 거꾸로 끼운다고 해도 원래 이런 디자인이라고 우겨도 넘어갈 수 있지만 말이죠.
파란 상자 안에는 러너가 한 장 들어 있습니다. 부품이 준비된 빨간 상자가 플라모델의 정체성을 흔들었다면 파란 상자는 가덤이 프라모델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그러니 가진 모든 정밀 도구를 모두 꺼내어 세심하게 다듬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준비된 가덤은 이렇게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집니다.
접작제가 필요 없는 스냅 조립입니다. 반다이 수준의 정밀한 조립감은 아니지만 조금 빡빡한 느낌으로 조립됩니다. 다시 분해하기는 조금 어렵겠다 싶은 정도입니다. 딱히 단차는 없는데 있어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칠하다 만 듯한 빨간 턱이 마저 칠하면 원작을 훼손할 것 같습니다. 가덤의 핵심 부품인 태엽은 몸체에 들어가는데 회전하면서 머리와 팔을 좌우로 흔듭니다.
반다이도 어쩌지 못하는 골다공증을 가덤 다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걸 퍼티로 채울까 잠시 고민했지만 반다이의 SD 건담도 이런 형태로 구현되어 있으니 일단 그대로 발을 끼웁니다.
그리고 총도, 방패도 없는 주제에 두 개나 있는 빔 샤벨을 등에 끼우면
가덤이 완성됩니다.
그러니까 가덤 RX-78-2는 건담 RX-78-2의 오마주 같은 로봇입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 디자인된 RG 건담 RX-78-2 Ver2.0을 원작과 비교한다면 가덤이 훨씬 원작에 가까운 겁니다.
원래 계획은 이렇게 가조립을 끝내고 채색도 하고, 먹선도 넣고, 데칼도 붙이고, 명암도 더 넣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디테일을 더하는 게 불필요할 만큼 완벽한 로봇이었습니다.
사실 이 제품을 저는 세트로 구매했어요. 가덤의 라이벌인 붉은 자크 같은 것, 뉴 건담 같은 것과 붉은 사자비 같은 로봇이 있습니다.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워 반다이 제품을 만든 다음 이어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뉴 건담과 사자비도 제 프라탑 사이에 끼어있거든요.
그래도 이보다 가덤을 완벽하게 재현한 가덤 프라모델은 세상에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