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오늘은 욕심을 내서 4km 정도를 뛰었다. 정현이 은정에게 말한 '세컨드 윈드'를 실험해보고 싶었다.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서너 번 트레밀에서 뛴다. 보통은 3km 정도를 뛰고 5분 정도 걷다가 운동을 마무리하는데 오늘은 운동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는 마음을 시험하고 싶었다. 체력이 아직 모자란 지 힘에 부치긴 했지만 기분은 다른 날보다 좋았다. 내일은 5km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아니 우선 내일도 뛰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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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철은 '평범함의 위대함'이란 노래를 불렀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가사가 떠올랐다.
김현철 - 평범함의 위대함
.... 만질 수도 있는 곁에 / 행복은 거기 있다
아무렇지 않은 날에 / 아무렇지 않게 걸어
이런 날이 나는 좋다 / 평범함의 위대함
무리해서 앞서 걷지 않음 / 편한 음악 속의 한가로움
가끔씩은 숨을 돌려 / 오늘을 위로한다
막 사회에 나와 박봉에 야근까지 하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을 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냥 많은 거 바라는 거 아니고, 주말엔 가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좋은 식당에 먹으러 가고, 계절 바뀔 때 옷 한 두 벌 살 수 있고, 휴가 때 멀리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해외로 여행 갈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차근히 준비해서 소박하게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삶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러면서 이 평범함을 갖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귀한 것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우리 외삼촌은.....
평범함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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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으면 항상 하는 대답이 있다. 겨울이 좋은데, 겨울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싶겠지만, 추운 겨울이 되어야지만 스웨터를 입고, 난로 앞에 앉고, 핫팩을 주머니에 넣고 따뜻해서 좋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따뜻함은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이야기다. 이 책의 '작가의 말' 말미에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 찬 이 몸'을 만든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아마 김연수 작가의 이 소설집은 이런 이유로 쓰이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작가는 가을이 좋다지만 나는 겨울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