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 낮술을 마셔야 되는 이유

사실 안 마시는 게 제일 좋다

by 강뚜루마뚜루

나의 의대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열심히 할 때는 중간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앞에서보다는 뒤에서 세는 게 빠른 성적으로 졸업했다. 핑계거리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그 중 하나로 술과 잠, 그리고 공부에 대한 연구 하나를 소개한다.


잠에 대한 유명한 책인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 나오는 내용이다.

알려진 렘수면의 기능은 기억의 통합과 연상을 돕는 것이다.


즉 우리가 공부한 게 입력되고 필요할 때 인출되려면 학습한 뒤 렘수면이 필요하다. 그리고 술은 잘 알려진 렘수면 억제제이다.


알코올 중독자 수준이 아닌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술로도 렘수면은 교란될 수 있다.


연구진은 세 집단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집단은 대조군으로 학습한 뒤 6일동안 푹 잤다.


두 번째 집단은 학습한 날 자기 전에 보드카 두 세 잔 정도를 마셨다.


세 번쨰 집단은 첫날과 둘째날은 평범하게 잠을 자고 셋째날 비슷한 양의 술을 마셨다.


참고로 이들이 학습한 내용은 새로운 인공 문법을 배우는 것이었는데, 이 연구결과를 이해하는데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 넘어가자. 첫째날에 모든 집단은 새로운 문법을 능숙하게 쓸 수 있을 때까지 학습했다.


7일째에 다들 멀쩡한 상태로 시험을 쳤다.


결과는 모두 예상하다시피 멀쩡히 잠을 잔 첫 번째 집단의 압승이었다. 이들은 원래 배웠던 내용을 모두 기억할 뿐만 아니라 학습한 내용에 더욱 능숙해져 첫 날에 비해 실력이 향상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내용은 첫째날 술을 마신 두 번째 집단과 셋째날 술을 마신 세 번째 집단의 차이일 것이다. 당신이 공부를 한 당일에 술을 마셨을 때와 공부를 하고 이틀 뒤 술을 마셨을 때 술이 학습에 끼치는 영향이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첫째날 술을 마신 두 번째 집단은 원래 배운 내용의 50퍼센트 이상을 잊었다. 놀라운 내용은 아니다. 공부한 날 밤 술을 마시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상당 부분이 날아가 버린다. 앞으로 공부한 날은 술을 삼가도록 하자.


놀라운 내용은 셋째 날 술을 마신 세번째 집단의 실험 결과이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이틀 밤을 푹 잤음에도 셋째 날 알코올을 섭취하자 두 번째 집단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학습 저하를 나타냈다. 세 번째 집단은 학습한 내용의 40퍼센트를 잊었다.


이럴 수가. 공부한 당일에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내용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그래, 왠지 공부한 당일에 술을 마시면 안 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고 3일째 밤에 술을 마셔도 공부한 당일에 술을 마신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학습을 저해하다니! 우리가 술을 마시면 최소한 술을 마신 날을 포함해 3일치 공부가 날아가는 셈이다.


의대를 다닐 때 나는 시험 전 이틀 정도는 피해서 거의 2~3일에 한 번씩 술을 마셨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는 의대를 다니는 내내 공부한 내용의 50퍼센트 정도는 내다 버린 것이다. 나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의대에 들어가서 다른 어린애들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여겼는데, 실은 일상적으로 마신 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책의 저자이자 연구자인 매슈 워커는 공부를 하는 학생은 되도록 술을 마시지 말고, 술을 마시고 싶다면 아침에(!) 술을 마시라고 권고했다. 그러면 최소한 잠들기 전에는 알코올이 몸에서 모두 분해될 테니까. 앞으로 공부를 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모든 음주 가능한 성인들은 공부하고 최소 3일은 술을 참자. 그게 힘들다면 잠자기 전까지 술이 모두 깰 수 있도록 낮술을 마시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