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로 살기≠부자처럼 살기

부자로 살고 싶은가 아니면 부자처럼 살고 싶은가

by 강뚜루마뚜루

나는 금융이나 투자 관련 책들을 즐겨 읽는데 그 책들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이 있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중에 충분한 부를 이뤄 은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전문직들은 소득이 높지만 씀씀이 역시 그에 맞춰 높아져서 그 씀씀이에 맞추느라 격무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은퇴할 자금을 모으지 못해 늙어서까지 억지로 일을 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의사 커뮤니티를 보면 노년의 의사가 돈에 쪼들려하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런 내용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작가가 쓴 책에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전문직들이 부자로 죽지 못하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진가 보다.


물론 돈자랑을 하는 의사들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자가 된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처럼 사는 모습을 자랑한다. 좋은 집, 좋은 차, 자녀의 유학, 배우자가 사들이는 명품 같은 것 말이다.


부자인 것을 자랑하는 의사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공통적으로 강남의 아파트를 자랑한다. 물론 좋은 입지의 좋은 부동산을 합리적인 수준의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구매하는 것은 리스크는 크지만 좋은 투자 수단이다. 하지만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그들 스스로는 좋은 안목 덕분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부자처럼' 살기 위해 선택했던 길이 운 좋게 좋은 투자 수단과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부자처럼 사는 것을 구분짓지 못한다. 당연한 얘기인데, 부자로 태어나거나 운 좋게 일확천금을 얻는 경우를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은 부자처럼 살면 부자가 되지 못한다. 부(wealth)라는 것 결국 내가 얻은 소득에서 내가 쓴 지출을 빼고 남은 값이다. 그게 가장 일차원적인 개념이다. 소득이 적어도 문제지만 소득이 충분히 많다 해도 지출도 그만큼 많다면 부는 쌓이지 않는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에 나오는 내용인데, 가수 리한나가 자신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자산 관리사를 고소하자 그 자산 관리사는 이렇게 응수했다고 한다. “돈으로 물건을 사면 결국 물건만 남고 돈은 없어진다는 걸 정말로 말해줘야 했나요?"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1년에 10% 정도 수익률이면 괜찮다. 20% 이상이라면 끝내준다. 때로는 -20% 혹은 그 이상의 손해를 볼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간 수익률 8~10% 정도에 수렴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간 수익률 10%라고 하면 만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부자가 돼서 지금 당장 부자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박성 짙은 투기성 투자에 레버리지를 잔뜩 끼고 제로섬 게임, 아니 마이너스섬 게임을 하고 만다.


부자처럼 살지 못한다면 부자가 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를 놓고 보자면, 나는 돈이 주는 옵션 때문에 부자가 되고 싶다. 충분한 부가 있다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수 있다. 그리고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옵션은 많아진다. 물론 부자처럼 사는 것(좋은 차, 좋은 집, 명품 등등)도 그 옵션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충분한 부가 쌓인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족과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쪽으로 그 옵션을 활용하고 싶다. 실제로, 나는 두 쌍둥이를 낳고 아이들이 돌 쯤 됐을 석 달 정도 일을 쉬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소득은 많지만 근로 복지 혜택은 형편 없는 의사라는 직업을 놓고 봤을 때 씀씀이가 컸다면 현금 흐름이 끊기는 이러한 선택은 결코 할 수 없다.


충분히 많은 돈은, 모든 재난과 고통을 막아주진 못하지만 그런 일이 터졌을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옵션 역시 제공한다. 이러한 옵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평온한 삶을 살 수 있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사이 역시 좋아진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자기 자신에게 자문해보자. 부자가 되고 싶은지, 부자처럼 살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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