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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Dec 08. 2020

브런치

브런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인스타그램으로 이야기를 조금씩 하긴 했지만, 긴 글을 쓰는 게 어려웠다.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터라, 사진에 몇 마디를 얹는 게 다였다. 그러다 우연히 다른 인친 분의 스토리를 보고 브런치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글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준비를 해왔던 것도 아니라 어차피 안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다. 그동안 끄적거려 놓은 글들을 모아서 저장해 두고 심사를 기다렸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고, 그때 끄적여 놓은 문장들이 도움이 된 건지 단번에 심사는 통과됐다.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어서 준비도 없었다. 물론, 브런치로 글을 쓴 지 어느 정도 지난 지금도 준비된 건 하나도 없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문장을 몇 자 글로 뱉어내는 일을 할 뿐. 


살면서 보통 사람들이 겪는, 평범한 이야기가 내게는 없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가 많은 이야기를 불러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은근한 위로가 되길 바랬다. 설레는 마음으로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글로 뱉어내는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여전히 타는 목마름을 느끼면서.


내가 뱉어낸 이야기들이 어떤 생각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마다의 해석이 따를 테니까. 그래서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나의 글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나의 글을 읽고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었을까. 그저 연민이 생길까? 아니면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조금 다른 결을 만들어 주었을까 하는 생각들을 했다. 생각보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고, 좋아요도 이따금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생각을 이야기해주시는 분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나고 나의 글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거나 글을 잘 읽었다 라는 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너무 큰 응원이 된 것 같다. 지루한 내 이야기지만, 이 넋두리를 듣고 자신의 결에 얹어봐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분 좋았다.


가끔, 나를 울리는 말이 있다.


오늘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님의 글은 슬퍼요. 작가님은 슬픈 사람 같아요.'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각을 해봤다. 내가 쓴 글들이 다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 근데 대부분의 글이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웃는 얼굴을 한 글이 거의 없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내가 웃는 얼굴을 한 문장을 뱉어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에 다시없을 가장 예쁜 시간을 눈물로 도배 중인 내가 한심하긴 하지만 이 눈물이 언젠가는 나를 지지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애써 밝은 척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내 글이 좀 슬프고 괜히 지루할 수 있겠다. 그 점 안타깝지만 죄송하게 생각한다. 우울한 이야기들로 잔뜩 도배된 느낌이라면, 다시 읽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경험들이 다른 생각을 불러올 수 있다면, 나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굳이 애써 너는 괜찮아야 해, 힘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이런 상황을 겪은 나도 있으니, 조금은 같이 울고, 나중에 괜찮아져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삶에 마침표를 찍기까지 얼마나 많은 방황을 할까..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이 있을까.. 그러나 언젠가 찍게 되겠죠. 문장을 뱉어 내다보면 어디선가 찍게 될 거고요.. 글이 삶이나 마찬가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글에 괜한 상상력을 붙여봤습니다.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들이 가 닿은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 자체로 너무 감사했다. 


생각에 생각을 얹는 일. 조금 욕심을 부렸나 싶다가도 이따금씩 글 잘 읽고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감사했다.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는 슬프니까. 그냥 그렇게 느꼈다. 내 이야기가 은근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의 결을 다르게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





늘 저의 이야기에 응원을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요.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슬픈 얼굴을 한 이야기지만, 은근한 위로가 되길 바라요.

위로를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힘내라고 하는 말이 폭력이 된다는 말에 공감하니까요.

그저 이런 생각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해. 이 정도만 되어도 감사해요. 

그리고 또 제 이야기가 듣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이고요.


브런치 작가님들은 다 따뜻하신 분들 같아요. 그리고 생각을 달리해보게 하는 힘이 있으시고요. 존경합니다. 많이 배워요. 오늘도 안온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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