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걷고 싶은 꿈이 있었다.

by maudie

나는 구미시에서 나고 자랐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내 구미에서 지냈다. 구미역 뒤에 금오산 도립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그 아래에 외갓집이 있어 종종 가곤 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쯤인가 살던 동네에서 이사를 나온 곳도 그 근처였다. 구미역에서 멀지 않고, 금오산과도 멀지 않은 아파트로 이사를 나왔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저녁부터 밤사이에는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금오산 도립공원 주차장까지 걸었다.


산책을 하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그 길을 걸으면 봄에는 벚꽃길이 금오산 주차장까지 이어져있어서 참 예쁘다. 여름에는 초록빛으로 물들고, 가을에는 단풍이 예쁜 산책길. 그 길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웨딩드레스 샵이 금오초등학교 인근에서부터 금오산 아래 주차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는 그 웨딩드레스 샵들을 보면서 드레스의 반짝임에 홀랑 반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새로운 드레스가 보일 때마다 신나서 사진을 찍곤 했다.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금오산 위쪽 주차장까지 걷는 내내 쭉 이어진 벚꽃길은 한 계절을 사랑하기에 너무 충분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늘 꿈꾸던 일이 있었다. 아직도 그 꿈은 유효하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손을 잡고 그 길을 걷고 싶었다. 몇 번의 만남이 있었고, 헤어짐이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단 한 번도 그 길을 함께 걸은 사람이 없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그 사람을 데리고 거길 가야지.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왜인지 지나고 나니 아무도 데려간 적이 없었다. 인연이 아니었던 걸까. 참 신기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사계절이 다 예쁜 그 길을 언젠가 꼭 사랑하는 사람 손을 잡고 걸어야지. 여전히 꿈으로 남아있다. 언젠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손잡고 걷고 싶어 졌다. 그 생각이 다시 들었다. 사진 한 장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잠이 안 와 들여다본 핸드폰 앨범 속 금오산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다니.


봄에 벚꽃이 필 때쯤, 나는 누구의 손을 잡고 걷게 될까 그 길을. 어쩌면 평생 그럴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니 역시 꿈은 꿈으로 둬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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