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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Dec 28. 2020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의 반대말은 생각이 너무 많았다. 가 아닐까.

한동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이야기도 글로 담아낼 수 없었다. 한동안 머리가 텅 빈 사람 같았다. 반대로 말하면 이것저것 너무 생각이 많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걸 보고 듣고 읽고 시간을 보내도 다시 아무것도 없었던 사람처럼 텅 비어 버렸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던 애가 타던 그 마음 조차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사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한동안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이를 만났던 그때, 그해를 제외하고 나머지의 기간 동안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쉬어본 적이없다. 학생때는 기억이 없고,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늘 크리스마스는 바쁘기만 한 날이었다. 심지어 화장실을 한번 가기도 힘들 정도로 바빴다. 그렇게 내내 바쁘기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인지 생각마저 멈춘듯 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멈춘건지, 생각이 너무 많아서 멈춰진건지 알 수 없는 며칠을 보냈다. 크리스마스 내내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동생네 집을 이사하는 것 때문에 부모님은 서울로 올라가셨고, 나는 집에 홀로 남아 자유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아, 아빠의 눈치를 보느라 내내 답답하기만 한 시간을 보내다 자유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혼자 대충 끼니를 때우며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오랜만에 게임이라는 것도 실컫 했던 것 같다. 바깥에는 맥주를 사러갈 때만 나갔다. 게임도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맞고가 전부였는데, 이번에 마블 게임을 깔아서 신나게 했던 것 같다.


취미랄것도 딱히 없는 바쁘기만한 시간을 보냈던 나는 아무것도 안하는게 상당히 어색했다. 시간적 여유가 넘치는 지금이 상당히 어색하다. 바쁜 와중에도 혼자 짬을 내어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아 영화를 하루종일 보는 것도 상당히 어색하다. 물론 싫다는 것은 아니고.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온갖 잡생각이 휘몰아쳐서 노트북으로 보던 드라마를 내려놓고 브런치를 켰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왜 지금 횡설수설 아무말이나 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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