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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05. 2021

쉼표

마침표에 꼬리를 다는 일.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문장이 마침표가 아닌 쉼표였길 바라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낸다는 것. 그건 아마도 그 사람을 지킨다는 당연한 이야기 말고 다르게 해석한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를 지키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 사람을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 어쩌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일 테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역시 그 사람을 지킬 이유도 없겠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이겠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면, 그 사람을 사랑한 내 마음이 다칠 테니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이기적인 말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니까. 자신이 조연인 인생은 없다. 설령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그 역시 자신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 뿐, 그 역시도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하고 떠나보낸 마음이 너무 아픈 탓일까. 스스로가 점점 스스로를 아프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지 않고 지켜냈다면, 아니 그 사랑을 떠나보내지 않고 지켜냈다면. 그러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정말 온 마음을 다했던 걸까. 그 사람은 우리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까. 그랬다면 우린 다른 결말을 쓰고 있을까. 아니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까.


결말이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다. 여전히. 결말이 아닌 진행형이었어야 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먼 훗날 내 이야기의 결말이 쓰이는 그날. 그때쯤엔 해피엔딩이었어야 했다. 지켜내지 못한 사람에, 사랑에. 새드엔딩의 마침표를 찍은 후에도 여전히 마침표를 쉼표라 우기고 있는 내 마음이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피할 수 없음이겠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언젠가는 나도 마침표를 찍고 엔딩이라 부를 수 있겠지. 조금 천천히 와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이는 마음이 참 아리다. 


아직 우리의 이야기에 마침표 대신 쉼표라 믿고 있을 때,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미련이 가득 남은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서 내내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멀리 바람이 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주길.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게. 내가 그 마음을 지켜낼 수 있게.


모순에 모순을 더해도 좋으니 이야기의 마침표에 꼬리를 달아 쉼표로 바꿀 수 있길 바란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조금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 사람을, 그 사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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