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다.

관크 덕분에 영화가 기억이 안 난다.

by maudie

요즘 유일한 낙이자, 유일한 외출인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 원래도 혼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해서 종종 영화를 보러 다녔다.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혼자 영화를 보기 시작한 이유가 영화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웬만하면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혼자 영화보기를 즐겼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가서 영화를 보는 게 싫다는 건 아니다. 왠지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어서 그럴 때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간 것일 뿐.


나는 재개봉 영화도 좋아하고, 몇몇 관에서만 제공되는 독립영화 같은 비주류의 영화도 좋아한다. 혼자 영화를 볼 땐 잔잔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다. 뭔가 그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해 곱씹는 게 생각보다 좋다. 그리고 봤던 영화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몇 번이고 영화관을 찾아 다시 보곤 한다. 한번 본 영화라고 해도, 다시 봤을 때 보이는 게 다르기 때문. 처음에 놓친 장면을 다시 보게 되면 그 새로움에 그 영화가 달리 보인다. 회차가 나눠져 있고, 스토리가 긴 드라마보다는 한편에 담아놓은 전개가 조금 빠른 영화가 조금 더 맞기도 해서 영화를 더 보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게 좋다.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그 집중력은 무시할 수 없다. 감동도 역시 배가 되는 것 같다.


그런 연유로 영화도, 영화관도 좋아한다. 거의 유일한 취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데 예전보다 요즘 조금 더 많이 겪는 일이 있다. [관크] 나는 이 단어를 요즘 항상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니는 동생에게 처음 들었다. 한자와 영어가 섞인 이 단어는 비판적인, 비난하는 등의 뜻을 가진 신조어로, 공연장이나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요즘 이 관크들 때문에 화가 난다.


어제 열흘만에 집 밖으로 외출을 나갔다. 날도 따뜻했고 오랜만의 외출이라 너무 설렜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내 일상은 아파트 단지와 조금 나가면 있는 논밭을 걷는 일이 전부다. 산책이자 재활이자 유일한 운동이자 동네 마실. 영화관을 가는 게 유일한 외출이다. 그래서 영화관을 가는 게 더 설레는 일이다.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방역수칙도 물론 잘 지키고 정말 딱 상영관에서 영화만 본다. 그래서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고 오롯이 영화만 보고 싶었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어 웬만하면 영화관은 혼자 가고, 이 친구랑은 영화관에서도 항상 멀리 떨어져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그만큼 방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는데, 요즘 이 관크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다. 우스개 소리로 항상 듣던 얘기가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절대로 종로와 수원역에서는 영화를 보지 말라는 얘기. 이게 무슨 얘긴고 하니,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영화관에서 통화를 하고,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큰소리로 웃고 떠든다는 얘기였다. 그 사람들 때문에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으니, 종로와 수원은 피해 가라는. 너무 많이 들었다. 이런 비매너인 사람을 직접 겪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어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에 부러 영화관을 찾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보는 영화는 절대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 테러 수준이기 때문에.


어쨌든 직접 겪어보지 않았던 일을 요즘 너무 자주 겪는 것 같다. 최근에 조제라는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웬 남자 둘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핸드폰을 하고 떠드는 바람에 눈물이 났어야 하는 장면에서 한숨만 나왔다. 보는 내내 옆에서 게임을 하는 건지 유튜브를 보는 건지 그 소리가 계속 들려서 영화에 1도 집중을 못하고 이해도 못하고 영화 내용을 전혀 기억도 못할 정도로 심했다. 다신 없길 바랐지만, 어제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이 그때의 일보다 훨씬 심했다. 어제는 세편의 영화를 봤는데, 세 번 다 관크의 공격을 당했다.


첫 번째 영화는 조금 가벼운 영화였다. 아이엠 히어라는 영화를 봤다. 상영관에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은 함께 간 친구와 나 그리고 아저씨 두 명이었다. 그 친구와 나는 맨 뒤에 위치한 커플석을 예매했다. 요즘 커플석은 커플이 각자 따로 커플석 하나를 차지하는데 일반석과 금액이 차이가 거의 없어서 그 자리를 예매했다고 했다. 나는 넓게 앉을 수 있어 편하게 앉아 영화를 볼 수 있어 잔뜩 신이 난 상태로 있었고, 곧 영화는 시작되었다. 앞서 말했듯 상영관에 꼴랑 네 명 있었다. 작은 관도 아니었고 꽤 넓었다. 아저씨는 한 번씩 영화 상영 중에 핸드폰을 했다. 영화를 보고 있어도 그 불빛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 밝기가 얼마나 밝은지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가벼운 영화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기분 좋게 영화를 보러 왔으니 그냥 넘겼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두 번째 영화는 같이 간 친구도 나도 가장 기대를 한 영화였다. 블라인드. 눈의 여왕이라는 작품을 소재로 만든 영화로 잔잔하고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가 매우 기대대는 영화였다. 영화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상영 시작 후에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들어와야 하는데, 들어오면서 계속 화면을 가렸다. 나중에 함께 간 친구의 말이 그 친구 쪽으로는 상영 한 시간 지나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들어와서도 바로 앉지 않고 어슬렁 거렸다고 한다. 그리고 상영관 중간의 맨 뒤에 앉은 아줌마 아저씨가 핸드폰을 상영시간 내내 들여다본 덕분에 핸드폰 불빛이 아른거려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래 거기까지 참는다고 치고, 슬픈 장면에서 깔깔거리면서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건 무슨 경우일까. 도대체 그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영화가 재미없고 그렇게 보기 싫으면 나가면 되지 않는가. 안 보면 되지 않는가. 왜 굳이 상영관 안에서 그렇게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갔다. 그래 거기까지도 참는다고 하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그래 참는다고 하자. 상영관이 구조가 조금 독특해 그 친구도 나도 양쪽 맨 뒷자리였는데, 그 옆이 출입문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밖에서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직원의 목소리가 영화 소리보다도 컸다. 게다가 그 친구 쪽이 불을 켜는 곳이었는지 영화가 다 끝나기 전에 직원이 들어와 시야에서 알짱거렸다고 한다. 영화에 1도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정말 화가 나서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기 전에 웬만해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데, 엔딩 크레디트 다 올라가기도 전에 씩씩거리며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정말 말 그대로 뚜껑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화가 나 보긴 오랜만이었다. 진짜 클레임 걸고 환불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물론 영화는 내가 결제를 한 건 아니었지만 정말 이게 영화를 본 건지 영화 내용이 중간중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두 번째 영화를 보고 나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음 영화를 볼 때까지 화가 식지 않아 내내 그 친구와 나는 분노하다가 제발 세 번째 영화에서는 방해받고 싶지 않다며 최대한 영화 상영 시간에 가깝게 들어가 앉기 위해 밖에서 기다렸다가 시간을 맞춰서 들어갔다. 진정이 안돼서 광고가 나오고 있을 때 들어갔다.


세 번째 영화는 아이엠 우먼이라는 영화였다. 평이 극과 극이어서 조금 걱정했지만, 영화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애썼다는 그 영화는 헬렌 레디라는 여가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영화의 주인공인 헬렌 레디는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세상의 별이 되었다고 한다. 여권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여권 신장을 노래했던 가수의 이야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관크없이 넘어갈 수 있었을까. 대답은 아니. 당연스럽게 이영화도 영화 시작된 후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고, 당연히 핸드폰을 만지는 사람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번째 영화를 본 상영관의 같은 그 자리에서 세 번째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당연히 앞에서 직원들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다 들렸다. 그나마 두 번째 영화 때 보다 나아서 그나마 참을만했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는 핸드폰 시계 같은 걸 잠깐 확인하는 거면 본인은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나? 나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영화를 보러 왔으면, 영화를 봐야지. 영화가 아무리 자기와 안 맞고 집중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본인만 돈 주고 영화를 보러 온 건 아니잖아. 다른 사람도 돈 주고 영화 보러 온 거다. 영화를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 거라고. 근데 그것을 빼앗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는 건 무슨 경우일까. 정말 도저히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직원에게 가서 따지려다가 그렇게 해봐야 뭐가 바뀌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관두고 화나는 마음을 애써 다독였다.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간다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영화 상영시간 전에 화장실은 꼭 다녀오시고, 상영시간 전 여유시간으로 나오는 광고시간에는 착석을 하자. 상영을 시작하고 나서 상영관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에게 큰 방해가 될 수 있다. 음식물은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섭취하지 못해서 그런 일은 없지만 음식물을 다시 섭취할 수 있게 된다면 조용히. 그 소리로 다른 사람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그 사람의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먹었으면 좋겠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과 집에서 드라마를 보는 일을 동급에 두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수다를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다를 떨 거면 집에서 티브이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라고.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 다 들리게 수다 떨고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영이 시작된 후에는 핸드폰을 보지 말았으면 한다. 제발. 잠깐 보는 게 뭐가 그렇게 잘못되었냐고 생각한다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자격이 없다. 잠깐의 그 불빛으로 다른 사람은 영화의 한 장면을 놓칠 수 있다. 급한 용무가 있고, 꼭 핸드폰을 봐야 하는 일이 있다면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핸드폰 화면의 밝기를 최소로 하고 아주 잠깐 볼 수는 있겠지만, 핸드폰 화면 최대 밝기 그대로 상영관에서 지루할 때마다 검색창을 열어보고 카톡 메시지를 보내고 하는 행동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외에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중간에 쿠키영상이 나오는 영화들도 있다. 생각보다 그런 영화가 많다. 제발 엔딩 크레디트 올라가기 전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어나더라도 조용히 갔으면 좋겠다. 내가 이야기한 것들은 정말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그것도 지키지 못할 거면 영화관을 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관은 혼자 영화를 보는 곳이 아니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근무를 하는 직원분들께 부탁이 있다. 제발 상영관 출입구에서 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되면 진짜 떠드는 고대로 다들 린다. 영화가 잔잔하면 그 소리는 훨씬 크게 들린다. 영화에 집중이 안된다. 그리고 불을 키거나 문을 열기 위해 들어오는 거라면 제발 영화가 끝나기 전에 들어와서 화면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원이 방해를 하는데 어떻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겠는가. 안 그런가?


제발 아주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줬으면 한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다가도 도를 지나친 비매너 행동에 치가 떨린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한대 치고 환불받고 싶었다. 본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타인의 시간을 뺏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돈으로 보상해 줄 수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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