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최선의 도피

by maudie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피

그리고 보물 찾기



책을 읽는다는 것.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도피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의 도피. 또 다르게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앉은자리에서 어느 곳이든 여행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머리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올 수도 있는. 나와는 다른, 내가 있는 곳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종종 읽지 않은 책들을 그대로 쌓아두고는 습관처럼 서점을 간다. 새로운 문장과 새로운 생각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잔뜩 이고 지고.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두고 왜 굳이 또 새책을 만나러 가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사실 한 둘이 아니고, 나조차도 간혹 내게 물어본다. 아직 비닐조차 뜯지 않은 책이 수십 권을 넘어 백 권은 훨씬 될 텐데 왜 또 서점을 가느냐고.


서점에 가면 새로운 문장들과 생각들이 천지에 널려있다. 심지어 같은 날 같은 곳에 있던 책이어도 오늘 갔을 때와 내일 갔을 때 보이는 책이 다를 때도 있다. 어제 와서 봤을 때 보이지 않던 책이 오늘 갔을 때 보이는 일이 생각보다도 많다. 게다가 그게 동네서점이라면 더더욱이. 응? 동네서점은 책이 많지 않은데도 갈 때마다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온다고?라고 물어본다면, 응.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그래서 좋다. 갈 때마다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아서. 책 냄새 잔뜩 맡으며 하는 보물 찾기는 생각보다 흥미롭거든. 사실, 갈 때마다 책을 다 사 오는 건 아니다. 그날의 기분, 그날의 끌림에 따라 책을 구매하는 탓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종일 뒤지고도 마음에 드는 책이 있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실컷 보물 찾기만 하다가 올뿐.


솔직한 말로 한 달에 책에 쓰는 돈이 적을 때가 5-10만 원 정도인 것 같다. 많을 땐 20-30만 원이 훌쩍 넘을 때도 있다. 내가 읽는 책, 내가 소장하는 책, 선물하는 책. 책이 마음에 들어 펼치자마자 끝을 보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은 한 권 더 사서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소장을 하기 위해 사는 책들도 있다. 그렇게 쌓아두기만 할 거면 책을 왜 사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근데 한번 책에 꽂히면 그날은 두세 권은 그냥 읽어버리니까.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하자.


일을 하면서 시력이 점점 나빠지고 난독증이 조금 생겨 같은 문장을 서너 번 곱씹어야 넘어갈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세 권을 읽을 정도로 집중이 잘 되는 날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책만 읽는 것 같다. 집착적으로. 대게는 같은 느낌의 책을 줄줄이 읽는다. 반대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있다. 난독증이 생겨 문장을 읽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몇 번씩 반복하게 되면 집중력도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책을 산다.'라는 말보다는 '책을 데려온다.' , 책을 만났다.'라고 말을 한다.

친구와 서점엘 다녀올 때면, 친구는 항상 서점에서 나올 때 내게 '책, 샀어?' 보다는 '성공했어?'라고 묻는다.



나는 책을 샀다는 말보다 책을 데려왔다거나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고 말을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친구는 내게 항상 책을 샀냐고 묻기보다는 오늘은 성공했느냐고 물어본다. 서점에 가는 일을 책을 사러 간다고 하지 않고 앞에서 언급했듯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당연히 맘에 드는 책을 만나지 못하는 날은, 실패했다고 한다.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실패하는 쪽이 더 많을까, 성공하는 쪽이 더 많을까.


웬만하면 서점에 들어가 한 권의 책이라도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물 찾기를 한다. 꼭 한 권은 데려오려고 애쓴다. 하지만 한 권도 데리고 오지 못하는 날이 생각보다 많다. 동네서점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생각보다 대형서점에서는 새로운 책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다양한 책을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대중성을 생각하는 책들이 더 많거나, 대형 출판사의 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하지만 동네서점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책들이 자주 새로 들어온다. 어쩌면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책도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같은 서점에 방문하는 주기가 짧아도 괜찮았던 것 같다.



새로운 문장을 만나면 마치 다이아몬드를 찾은 듯 한 기분이 든다.



새로운 보물을 찾기 위해 또 서점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백수로 있으니 책값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안 읽은 책이 눈앞에 저렇게 많은데 왜 펼치지를 못하나 싶은 생각에 주춤하게 된다. 서점을 가는 대신 이번엔 내방 책장에 꽂힌 저 수백 권의 책중에서 보물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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