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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온 마음을 다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안다는 것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한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인 것 같다. 우리는 이따금씩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다르게 살아온 사람에게 마음을 나누어 준다. 그러나 내가 나누어 준 마음만큼 돌려받으려 하는 순간 그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하고, 금세 무너진다. 그게 친구가 되었던, 가족이 되었던, 혹은 연인이 되었던, 그 어떤 관계에서도 적용이 된다.


누군가에게 내가 주고 싶은 만큼의 마음을 주고 그만큼의 마음을 돌려받길 원한 다는 건 어쩌면 상대에게 강요가 될 수 있다. 처음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내 마음을 주는 데에 온 힘을 다하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주기만 하는데에 지쳐 왜 돌려주지 않느냐고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래 왔던 것 같다. 사실은 상대가 원해서 주기 시작한 마음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혼자 시작한 마음인데  다 주고 나서 텅 빈 마음을 상대에게 도로 채워놓으라고 하는 꼴이란, 어찌 우습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그렇게 상대에게 내가 마음을 줬으니, 너도 내게 그만큼의 마음을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게 상당히 자존심 상하고 비참한 일이다. 


사랑을 받는다는 게 생각보다도 더, 훨씬, 어려운 일이다. 당신의 나이만큼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 나를 이해하고 나를 오해 없이 당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을 해준다는 게, 그게 기적인 것이다.


사실 기적이 그리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것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그 작은 것들이 하나도 가볍지 않고, 하나도 쉽지 않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 그 사람의 전부가 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 역시도 어렵지만,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또, 누군가를 편견 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사랑을 준 사람은 안다. 하지만, 사랑을 받기만 한 사람은 여전히 알 수가 없겠지. 당신이 받은 사랑이 얼마큼의 크기며, 또 얼마큼 귀한지. 온 마음을 다해 한 사람을 열심히 사랑한 사람은 마음이 남은 만큼 퍼주다 바닥에 구멍이 날 때쯤에야, 모든 걸 내려놓는다.


누군가를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는 것도 사실 엄청난 일이지만, 마음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참고 다 내어준 사람은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아서, 더 이상 남은 마음도, 미련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정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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