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의 자유와 오해
마음이 가다와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머리를 감다가 우연히 생각이 난 문장이다. 대체 왜 이 문장이 생각났을까. 나는 한참 동안 머리를 감느라 고개를 숙인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왜 저 문장이 떠오른 걸까. 가다와 서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또 다른 문장이 생각이 났다.
마음이 재생과 되감기를 오가고 있다.
그리고 반복의 연속 후 결국은 제자리다.
이게 무슨 말일까. 나는 글을 쓸 때 자리에 지긋이 앉아 생각의 꼬리를 물어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내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시작점에 떠오르는 문장이 있으면 거기에 살을 붙이는 형태로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중심점이 내가 생각을 하려고 해서 하는 것도, 이야기가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갑자기 문득 스치는 문장 하나를 가지고 파생되는 생각들을 때마다 적어 내려간다.
즉흥적. 내게 어울리는 가장 어울리는. 여행도, 일도, 생각도, 사진도 어떤 것도 계획을 하고 움직이는 것이 없는 듯하다. 언제나 그랬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그래서 사실 많이 어렵다. 진득하게 무언가를 하거나,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이. 계획을 하고 오늘은 이렇게 해야지. 오늘은 무언가를 해야지 하는 것들. 그래서 사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다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대단해 보인다. 나에게는 세상 어려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괴리감이 든다. 글을 보고 있다 보면 와..... 밖에 나오지 않는다. 공감이 되기보다는 우와..... 어떻게! 그리고 내가 오늘 떠오른 저 문장은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생각이 생각을 물고 오다 보면 앞의 문장을 잊어버리기 마련이라 얼른 자리에 앉았다. 젖은 머리를 수건 하나 감고 뚝뚝 떨어지는 물을 그대로.
오늘 저 문장이 도대체 왜 떠올랐을까. 내 마음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오늘은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세상 게으른 사람처럼 자리에 누워 내내 인스타그램으로 다른 세상 구경을 한 일이 다인데. 심지어 딱히 슬프거나 감성적인 내용의 어떤 것도 보지 않았는데. 늘 그런 것들만 보다 오늘은 그냥 예능 짤 몇 개 본 게 다인데.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길래. 머리를 감는데 저런 문장이 스치는 걸까.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하루를 지나면서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문장, 스치는 장면.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그걸 담는 나. 엄마랑 산책을 함께 하다 보면 엄마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 마디씩 툭 던질 정도로, 조금 내가 특이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는 장면이 그냥 누가 봐도 흔한 자연의 일부분인데, 나는 그런 장면으로 문장이 스친다. 굳이 장면이 아니어도 그냥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전혀 상관없는 문장이 떠오른다. 내가 이상한 걸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치는 순간에도 저 문장을 놓칠 수 없어서 머리를 감다 말고 자리에 앉은 나도. 그걸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도. 어떤 모습의 나도 이해가 안 가지만 궁금해졌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사는 사람일까. 도대체 어떤 마음이길래 저런 문장이 전혀 상관없는 순간에 스치는 걸까.
친구들은 이런 내가 익숙하다고 한다. 나도 이런 내가 이상하지만 익숙하다. 살아오는 동안 겪은 일들이 무심코 스치는 순간들이 있고, 전혀 상황과 상관없는 문장들이 스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sns에 담아둔다. 그런 게 문제가 되는 걸까.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다 자기 얘기가 아닐까 하는 말을 해오곤 한다. 오해다. 오해의 연속이다. 내가 담는 장면과 문장들은 내가 겪은 것들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것들이겠지만, 지금 현재를 담는 일은 흔치 않다. 정말로 내 생각을 그대로 담는 것은 많지 않다. 무의식인지 모를 그 스치는 것들을 그저 담아내는 거다. 생각을 해서 이렇게 써야지 라고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아니 거의 없다. 근데 그것들이 잘못된 걸까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그렇게 뱉은 문장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그걸로 호의를 호감을 가지고 내게 다가온 사람들이 다시 그걸로 떠나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뭐가 문제일까.
나를 잘 아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혹시 이런 내가 많이 이상하냐고. 가끔은 친구들도 내 글을 보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긴 하지만, 대부분 그냥 그게 너인걸. 하고 넘어간다. 사실, 글을 해석하고 글에, 문장에 의미를 담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로 들자면, 어떤 한 문장을 내가 스치듯 떠올라 sns에 올렸다. 그런데 나는 분명 달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몽글몽글한 기분을 가지고 그 문장을 담았다. 잔뜩 설렘이 가득한 마음으로. 그런데 거기에 오늘의 문장이 슬프다고 느꼈다고 달렸다. 그걸 보고 확실해졌다. 해석은 원래 읽는 사람이 하는 거구나. 이전부터 그렇게 생각을 해왔지만,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를 한다면 그래 오해를 맘껏 하라지.라고 생각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호감을 보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그 사람에게 디엠이 왔을 때 신이 났다. 사실 디엠을 종종 받는 편이긴 한데, 그분의 글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했기에 친해지고 싶다는 그의 말에 잔뜩 설레 있었다. 그러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말에 얼른 좋다고 말했다. 이성으로 써라기보다는 문장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서 설렘이 시작된 거다. 나이 때도 비슷했고, 그 사람의 문장이 상당히 깊었다. 그러다가 이야기를 좀 더 나누게 되었고, 이 사람 참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 근데 역시는 역시일까. 어느 순간부터 사사건건 내가 올리는 문장들에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원체 그리움과 눈물, 사랑보다는 이별에 포커스를 맞춘 문장들을 많이 담는 사람이어서 나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사람은 그 문장들이 자신을 저격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내게 직구를 던졌다. 저 문장이 혹시 나를 저격하는 거냐고.
어디서부터 뭐가 잘 못 된 걸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것을 넘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기점에서 도대체 저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참을 생각했다. 그 사람과는 틀어질 대로 틀어졌고, 오해를 풀기 위해서 엔간히 노력했지만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나도 그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 글을 보고, 내 문장을 보고 다가온 사람이었다. 내 문장들을 내내 다 봤다면, 어떻게 그런 오해를 할 수 있었을까. 내 문장들은 원래 때마다 드는 생각을 주워 담는 것들이라 어떤 날은 몽글거렸다가 어떤 날은 잔뜩 우울하다. 하지만 그게 내 기분을 담는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지금의 기분과 상관없이 문득 스치는 문장들을 담아내는 일을 했을 뿐. 그리고 늘 그렇게 해왔기에 이전의 글들을 보았다면 당연히 이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이상한 걸까.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 문장이 도대체 왜 떠오르는 거지? 어디서부터 파생되어 온 걸까. 나도,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온 문장이, 아니 앞뒤 없이 그냥 갑자기 찾아온 문장이 도대체 왜. 왜일까. 왜 그 순간에 찾아온 걸까.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잔잔하던 호수에 돌을 던진 기분이다. 혼란스럽다.
어떤 사람이 이럴까.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이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긴 할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거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그저 문장 하나 생각나는 것들인데 그것들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참 답답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내내 달큼한 연애를 하고 있을 때도 나는 같았다. 같은 일로 다툰 적도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 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냐는 이야기를 나는 종종 들었다. 오해는 항상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나는 대체로 이해받지 못하면서 그저 나조차도 이해를 할 수 없는 나를 숙여 사과했다. 나는 그냥 지금 갑자기 떠오른 건데.
연애를 한 번 하면 참 오래 하는 편인데, 연애를 할 때도 아주아주 사이가 좋아 늘 달 큰 할 때도 나에게 스치는 문장은 늘 제멋대로여서 어떤 날은 이별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가, 어떤 날은 좋아 죽는 문장이기도 했다가. 늘 제멋대로여서 곤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치는 문장을 그대로 다 넘겨 버리기에는 나름 내게 온 문장들이 마음에 들었다. 대게는 그 문장에 취했다. 그렇게 그 문장을 담다 보면 나 자신이 달리 보일 때도 있었다. 물론 얻어걸린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문장에 한참 취할 때가 있었다. 오, 나 자신. 이런 느낌.
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산으로 가는 듯하지만, 결국 내가 지금 궁금한 것은 나는 왜 저런 문장들이 생각났을까. 하는 거다. 머리를 감다가 저 문장이 생각날 일이냐고. 나는 또 그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러고 있을 일이냐고.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데, 도대체 누가 나를 이해해 주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친구들은 원래 너는 그런 애였고, 너는 앞으로도 그런 애일 거라고.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이렇게 있지 않냐고. 친구들끼리 있을 때 늘 하던 말이 있다. 내가 낸데. 친구가 그 말을 꺼냈다. 네가 닌데. 오해를 하면, 오해를 풀면 되고, 오해를 풀려고 했는데 오해를 하면 그냥 버리라고.
마음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는 문장이, 마음이 재생과 되감기를 반복해 결국은 제자리라는 그 문장이 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로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게 어쩌면 다행인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저 문장과는 반대되지만 저 문장으로 나는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생각이 생각을 부르게 하는 지금일 뿐인 거다. 앞으로도 나는 갑자기 떠오른 단어와 문장을 담을 것이다. 그걸로 오해를 하려거든 잔뜩 오해하라지 뭐. 그렇게 해서 떠나갈 인연이라면 어차피 언젠가는 떠나갈 것이 분명한데, 괜히 내가 위축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싶다. 앞으로도 떠오르는 문장을 열심히 낚아 담아내야지. 그것들이 또 어떤 생각을 불러오고, 어떤 해석을 가지고 올진 모르겠지만, 그걸로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여러분은 지금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떠 문장을 만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