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기록하는 용도로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왜곡을 할 수 없고, 장면을 그대로 담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은 참 좋은 일기가 되어준다. 다른 의미로는 누군가에게 내가 본 이 장면들을 선물해 주고 싶을 때 사진을 찍곤 한다. 내 시간을 공유하는 것, 그건 어쩌면 가장 스윗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만큼 확실한 애정이 없다고 나는 그런 게 자신한다. 내가 보는 이 예쁜 장면 장면들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고 이 기분을 상대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겼으니까. 그렇게 사진을 담고 또 담아서 항상 내 핸드폰 용량을 초과한다. 조금 더 예쁘게 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찍다 보면 같은 장면의 사진이 수십 개에 달하기 때문에 외장 메모리를 최대치로 해놓아도 늘 모자란다. 핸드폰으로 하는 거라고는 사진 찍는 것 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한 번씩 들여다 보고 열심히 정리를 한다. 내가 기억하는 색을 살리기 위해 보정작업도 틈틈이 해둔다. 물론, 포토샵을 할 줄 몰라서 어플로 대충 하는 것이지만.
사진을 담아두는 일도 좋아하지만 사진을 보는 일도 좋아한다. 그래서 사진을 담아놓은 핸드폰은 내 작은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고 하겠다. 때문에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일도 사진을 보는 일만큼이나 잦다. '이땐 이랬지', '여기는 누구랑 갔었는데' 결국에 항상 하는 말은 < 그땐 참 좋았는데..> 였던 것 같다. 그 말이 항상 '지금이 참 좋아!, '지금 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어!'라고 했었어야 했는데 왜 항상 지나고 나서 '그땐 참 좋았는데'라는 말로 그때의 행복을 지금에 와서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사진에 담는 그 순간이 그만큼 행복했기 때문에 사진에 담았을 거라는 것쯤은 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진에 담지 않았겠지. 다만, 왜 그때는 사진으로 돌아보는 만큼 아쉽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냥 사진에 담을 땐 '아 좋-다!' 이 정도였다면, 꼭 지나고 나면 '아 이때 정말 행복했어.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정말 행복했던 것 같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너무너무 그때 그 순간이, 그 시간이 아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지 말이다. 또 오늘을 지나고 하면 내일 같은 생각을 하게 되겠지. '아, 어제는 참 행복했는데.'라고.
그때가, 그 시간이, 그 장소가. 혹은 그때 함께한 사람이. 그 장면에 담긴 하나하나가 다 너무 행복했기에 아쉬운 걸까. 아니면 그저 지났기 때문에 아쉬운 걸까. 사실 그 부분도 잘 모르겠다. 정말 그 순간이 마냥 행복했기에 아쉬웠던 걸까, 나는. 지나고 나서 손에 쥐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가끔은 내가 정말 바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 오늘을 사진에 담는다. 추억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말에도 공감을 하고, 추억에 갇혀서 살아간다는 말에도 충분이 공감한다.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을 또 지나칠 수 있다는 것에도 분명히 공감하지만, 또 내일이 오늘을 아쉬워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또 습관처럼 사진에 담는다.
습관처럼 추억할 내일의 어제가 될 오늘을. 또 '지금'을 사진에 담는다. 역시 오늘을 아쉬워할 내일의 나를 위해서. 내일을 기대하기보다는 어제를 아쉬워하는 나를 위해서. 또 그렇게 카메라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