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통화

누군가의 꿈이 내가 될 수 있다니.

by maudie

나는 취미로 라디오를 한다. 스푼 라디오라는 플랫폼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방송을 하고, 간간히 내가 쓴 글들에 내 목소리를 얹어 녹음한 것들을 올리곤 한다. 그곳에서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사람과 어쩌다 새벽녘에 통화를 하게 되었다. 번호를 주고받지 않아서 데이터에 의지한 통화를. 대화는 길어졌고, 생각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낯선 사람이라 연락하기 망설이다 내가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연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왜 인스타그램을 보고 연락이 하고 싶어 졌냐고 물었다. 사실 이전에 방송에서 소통을 하며 친해지고 연락처를 물어봤을 때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한참의 텀을 두고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연락을 하고 싶어 졌다니.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신기했다.


'내가 조금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나 보다.'라고 거기까지는 생각을 했었는데. 왜 하필 인스타그램을 보고서 일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그 사람이 내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내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사실 한동안 그 플랫폼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동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는 왜 이럴까.', '나는 도대체 왜 이것밖에 안될까.'라는 생각에 한참을 허우적 댔던 것 같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나는 왜 못할까?' 자책하기 바빴고, 그러면서도 발전이 없는 내가 한심하기까지 했는데.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내가 이미 하고 있고, 내가 쓴 글과 내가 담은 사진들이 너무 멋있다고 했다. 크게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그 친구는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내게 왜 자신감이 없냐고 이야기했다. 글과 사진을 꾸준히 담고 쓰는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자신의 눈에는 멋지기만 한데, 왜 자기 자신을 그렇게 대하냐고 했다. 크게 한방 더 먹은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것을 동경하는 내내 나는 나 자신을 한심하다 여기고 있었는데, 그래서 글도 사진도 한동안 놓고 있었는데. 도무지 잘 해낼 자신이 없어서 한동안 여러 생각들에 잠식되어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다른 사람의 롤모델 까진 아니더라도 꿈꾸는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니. 조금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순간들을 담아내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나는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다른 사람에겐 대단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큰 충격이었는데, 내가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니. 그러면서 자신의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하려다 마는 모습에, 꼭 나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하게도 문장을 주워 담는 것 까진 좋은데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상당히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한 사람을 보니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글에 대해 자신이 없는데 누가 나의 글을 읽어 준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잘 모르는 사람과의 새벽 통화로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리고 왠지 감사했다. 나의 글을 보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이야기를 해 준 것도, 나의 글과 사진이 좋다고 하는 것도,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며 과분한 칭찬을 해 준 것도. 조용하고 차분했던 새벽은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했다. 앞으로도 나의 글을 몰래 응원하겠다는 그의 말에 조금 기운도 났다. 감사한 새벽이었다. 앞으로도 글을 읽고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잘' 하는 사람보다 '공감'되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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