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페이지

먼지가 쌓여 잊혀져가겠지.

by maudie

우리는 서로의 페이지에 새로운 문장이 되었다. 때로는 날카로워 마음이 베일 때도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만 있다면, 우리의 이야기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수 있다면. 그것들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페이지를 가득가득 채울 수 있기를, 점점 두꺼워지기를. 그렇게 간절히 기도 했었다. 그 끝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페이지가 없는 줄은 모르고. 참 어리고 어렸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채워진 책은 덮여, 마음 한쪽 구석에 놓였다. 다시 펼쳐질 일 따위는 없을 것처럼 그렇게. 그리고 지금쯤 네가 가진 우리의 이야기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잊혀져가겠지. 여전히 너덜너덜해질 만큼 펼쳐보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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