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선물 받았다.

그 끝에, 새로운 도전을 선물 받았다.

by maudie

오랜만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헤어지는 길에 서점을 들렀다. 대형서점은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럽게 에세이를 찾아 헤맸다. 사실 나는 소설은 그다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에세이에 관심이 있는 터라, 다른 책들은 그대로 지나치고 에세이 코너에서만 한참을 들여다봤다. 같이 간 동생은 찾는 책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기에 홀로 열심히도 찾아본 것 같다. 보물 같은 문장을 혹시나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잔뜩 기대감에 부푼 채로 구석구석. 오랜만에 맡은 서점에서의 종이책 냄새에 잔뜩 취한 채로.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어떤 여자분 두 분이 내가 서있는 에세이 코너로 왔다. 대형서점이긴 하지만 내가 방문한 지점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책이 아닌 이상 뉘어진 진열대에 없고 구석에 있는 곳에 진열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분들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집중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한 여자분이 일행분께 "요즘은 에세이가 좋더라. 참 생각을 많이 하게 해. 그래서 너무 좋아.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걸 듣는데 왜 내가 설레고 기분 좋은지 혼자 한참을 히죽거렸다.


조금 바보 같지만,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주변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소설이 아닌 책은 잘 읽지 않았고, 당연히 비주류의 유명하지 않은 책은 읽지 않았다. 대부분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에세이를 열심히 추천하고 다녔다. 단순히 내가 좋아해서 읽기를 권했다. 망설여하면 웬만하면 책을 선물했다. 이 책 정말 좋으니 한번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주변 친구들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고, 자기 계발서나 소설이 아니면 읽지 않던 친구들을 하나씩 끌어들였다. 그만큼 나는 에세이가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끌어내는 자기 계발서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설 같지도 않지만. 그 어떤 글 보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 이 사람은 이런 일들을 겪었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구나.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어라 이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참 좋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신나겠나.


언젠가는 나도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은 사람 중의 하나여서 인지 모르겠지만, 어렵고 지루한 책 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조금 더 활성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나도 새로운 결의 문장을 만나지 못해서 조금 멈칫하는 중이다. 무슨 얘기냐면, 에세이가 잘 읽히지 않던 부류의 책에서 인스타그램의 활성화 덕분인지 여러 가지 SNS들 덕분인지 활성화가 되었다는 것 까지는 좋은데,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책의 결들이 하나같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같은 문장을 글자 하나 다르게 하고 다른 이야기다 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르게는 점에서 쉼표로 바꾸고는 다른 이야기라고 한다는 느낌이다. 위로와 공감이 주가 되고, 거기서 부터 파생되는 생각들이 우연치 곤 너무 똑같아서 왠지 조금 서운했다. 자신의 결을 살리는 문장을 쓴 작가를 만나면 신이 나서 그 작가의 책만 한동안 주야장천 읽게 된다. 같은 이유에 서겠다. 그래서 조금 서운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나도 일반화된 사람일까 싶은 마음에 조금 겁이 났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팔리는 책도 좋고, 꼭 팔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결이 같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꼼꼼하게 살펴보다 오늘도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니 바로 옆에 같이 간 동생이 있었다. 동생은 찾던 책을 구매했다며 내게 보여줬다. '달러 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소식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대충 알고 있었다. 물론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경로로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슈가 되어서 모를 수가 없었다. "오, 이 책이야? 오오. 재밌겠네."라고 말을 건네기 무섭게, "언니가 새로운 장르에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주는 선물! 읽고 독후감 써와요!" 라며 내게 같은 책을 선물해줬다. "허.... 대박. 감동이다, 잘 읽을게!"하고 책을 받아 들었다. 소설을 잘 읽지는 않지만, 이 책은 읽어보고 싶었고, 늘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하루 종일 밥도 커피도 사주더니, 책까지 선물해줬다.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고, 고마웠다. 물론 다음엔 내가 살 거지만,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늘 챙겨주는 동생 덕분에 참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역시, 책 선물만큼 설레는 건 없는 것 같다. 얼른 이 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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