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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05. 2021

이직에 대한 불안

요즘 답답함에 속이 꽉 막힌다.

일을 그만두고 쉰 지 이제 막 8개월이 지났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하는 것들에 후회 없이 했던 것 같다. 전공을 선택하면서부터 쭉 한결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해왔던 일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살았다. 나는 제과제빵을 전공했고, 생산과 서비스 직군에서 일을 해왔다. 그리고 차츰 경력이 쌓일 때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었다. 


제과제빵을 전공으로 선택하면서부터 많은 것들이 삐걱거렸다. 직업을 선택하는 일에서 사실은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었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에 조금 머뭇거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점점 그런 것들이 덜해져 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물론, 하던 일을 지속하는 데에 한해서였다. 


서비스직을 천직으로 삼아 일을 했던 나는, 늘 자신이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일에 있어서 겁이 없었다. 물론, 진상 고객들을 만나면 유리 멘털이 되곤 했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자신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너무 많은 것들을 겪었고, 최악의 대우를 당하며 일을 배워왔기 때문에 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근 10년의 경력을 쌓았다.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고,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혹은 수제버거집이나 다른 음식점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생산과 서비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쪽 일은 안정적이지가 않았다. 매장이 갑자기 문을 닫는다거나, 회사가 어려워져 급여가 제때 나오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내 이력서에 이직란에 거쳐간 회사가 생각보다 많았다. 근무기간도 짧디 짧은 것들이 중간중간 자리했고, 대부분은 재입사였다. 꼭 이상하게 두 번씩 다녔던 것 같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처음에 당한 무시를 견딜 수 없어 꼭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능력을 키우고 인정을 받았다. 남들보다 그 욕심이 과해 조금 빨리 인정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회사의 문제점들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이직을 결정했다. 그렇게 이직을 하고 일을 하고 있으면, 꼭 나를 다시 찾는 일이 생겼다. 나를 찾아준다는 것에 다시 재입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인정받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일을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성장이 빨랐던 것 같다. 


이것에도 굉장히 큰 단점이 있다. 인정을 받는 만큼 내가 성장을 하는 건지 의아스럽다. 급여는 오르지 않고 업무량은 늘어만 간다. 어느 순간이 되면, 초과근무 수당 없이 초과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잠을 하루에 한두 시간 자고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업무전화로 눈을 뜨고 업무전화를 끝으로 겨우 새벽 세시쯤이 되어서야 눈을 감는 일상의 연속.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던 터라, 건강했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도 훨씬 나를 불안하게 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고, 늘 괜찮아야만 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친구를 만나서도 나는 항상 괜찮아야만 했다. 그러다 하루는 퇴근을 하고 아무 말 없이 주저앉아 소리를 내 펑펑 울었다. 두 시간을 울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미안해서 또  한참을 숨죽여 울었다. 그래도 잘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일을 해낼 때마다 나는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갈취를 당하고 있었다. 


급여가 밀리고, 사대보험이 체납되는 일이 허다했다. cctv가 있는 매장에서 근무를 하면 실시간으로 여기저기서 문자와 전화에 시달렸다.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로도 이미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너무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 말이 소름 끼쳤다. 다 지나고 나니 어떻게 일을 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으니. 게다가 마지막 근무처의 사대보험 체납은 놀랍게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같은 일을 당하지 않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최소한의 것은 지켜주는 곳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직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제발 건강한 마인드로 오래 일하고 싶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런 곳 말고, 늘 위태로워 직원을 등 처먹는 그런 회사 말고. 정말 건강한 마인드로 내 능력을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늘 그런 생각으로 이직을 했지만, 결과가 같았던 것들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것 같다.


오늘도 이직을 준비하며 생각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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