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을 지나, 모두의 안온함이 피어난 새벽녘에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용수철처럼 튕겨나갔다. 잠이 들지 못했다고 하기엔 많이 늦고, 벌써 새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기엔 너무 이른 애매한 시간. 가로등은 아직 살아있고, 제법 밝아진 하늘에 뜬 달도 살짝 흐릿해져 가는. 거리에 지나는 사람도 하나 없이 첫차가 시작을 할리는 그때 홀로 터벅터벅 산책을 하는 것. 그 길 끝에 서서히 피어오르는 아침해가 그린 노란 하늘에 잠깐 한눈을 팔아보다 다시 터벅터벅 걷는 것. 밤새 고민하느라 매여있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르르 풀린다. 누구나 하는 고민들을 마치 혼자 하고 있는 듯 잔뜩 괴롭던 마음이 평온을 다시 찾을 때 달은 안녕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밤새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서느라 피곤했는지 인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 이미 가고 없다. 고개를 내민 해를 다시 멍하니 바라보다 만난 피다 만 라일락. 어쩜 저리도 예쁘게 핀 건지. 보랏빛의 라일락이 사랑을 노래할 때 지나치지 못한 나는 핸드폰 카메라에 담고 겨우 등을 돌렸다. 생각보다 추웠지만 덕분에 속에 꽉 찬 먼지 같은 고민들이 다 털어진 산책이었다. 발을 뗀 시간은 분명 까만 세상이었는데, 돌아올 땐 거짓말처럼 밝았다. 내 세상도 그랬으면 좋겠다. 거짓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