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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8. 2020

결국 또 너의 빈자리만 알았다.

예전엔 말이야. 나도 꿈이라는 게 잠깐 있었어. 처음 빵이라는 걸 배우고 커피라는 걸 배울 때 말이야. 학교에서 리포트로 하는 시장조사다 뭐다 이런 것들을 할 때 나도 내 예쁜 카페를 언젠가는 하고 싶다. 근데 살아내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 꿈은 점점 사라지고 하던 일들도 다 재미가 없고. 하고 싶은 걸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고 나니까 해왔던 모든 일들이 부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뭐였을까. 나는 어떤 시간을 대체 보내온 걸까. 가장 재미있었던 건 뭐였을까. 그렇게 타임머신을 타고 내내 머릿속을 돌아다녀봤어.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답을 모르겠는 거야. 나는 왜 그 일을 좋아하게 된 걸까. 어느 시점에서 그 일을 놓아버리게 된 걸까. 그래도 버팀목이 되어준 부분 부분들이 참 많이 있었는데 다 사라지고 없더라 그것마저도. 나중엔 사람이지 뭐. 사람 때문에 하고 싶었다가 사람 때문에 길을 잃어. 마지막에 근무할 때 말이야. 내가 사람에게 한참을 마음을 다쳐 다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을 했던 것 같아. 진짜로 필사적으로. 나름대로의 열정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핀이 탁 하고 빠져버리는 거야.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 계기가 뭔지 알아.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애를 쓰고 발버둥을 쳐도 너는 거기까지야. 생각해보니 내가 해왔던 일들 중 내 생각을 빼앗기거나 나를 은연중에 깔 아뭉게는 어떤 것이 있을 때 나는 이를 악물고 일을 해내더라. 내가 해낸걸 마치 자기가 해낸 것처럼 이야기하는 상사를 볼 땐 기가 막혔지. 참다 참다 마침내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을 만큼을 해내고 나면 그간 내게 일어난 모든 불합리했던 것들을 쏟아내고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그곳을 빠져나왔더라. 그리고 돌아보면 참 많은 상처를 받아내고 있었더라. 아파서 내 마음이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대충 반창고나 붙여놓고 나를 속이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네가 곁에 있어서 괜찮았던 날들도 있었어. 버텨낼 힘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젠 버텨낼 힘도 없어진 거야. 그땐 네가 괜찮아 괜찮아하면 정말 괜찮아지기도 했고 다시 시작할 용기도 있었는데. 이젠 네가 없네. 넘어지면 일으켜주며 괜찮다고. 아프면 꼭 안아주며 조금 쉬라고 하던 네가. 차라리 잘됐다며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며칠 자기랑 여행이나 다녀오자던 네가. 이젠 어디서 용기를 얻어야 할까. 좀 알려주고 가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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