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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8. 2020

방파제

나의 마음, 나의 방파제

어둠 속에 갇힌 마음에 철썩이는 파도.
소리만으로도 강렬히 마음의 공포를 조장하는 밤바다.
아주 오랜 시간 차곡차곡 방파제를 쌓아 올리게 하고는 방파제가
쉬이 무너지길 바라는 어리숙한 마음과 진한 이기심
그냥 이대로 무관심하게 지내도 좋으니 섞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어둠 속에서 보란 듯이 더 세찬 파도.
컴컴함 뒤에 숨어  출렁이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운 관계.
파도가 세차게 때려도 부서지지 않길.
나의 마음이.
나의 방파제가.




컴컴한 바닷가에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생각난 글이다. 잠깐의 시간 동안 내게 다정을 보여준 이가 슬쩍 노래로 만들어준 글이기도 하다.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잠시 설렜고, 잠시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갔다. 원래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이고, 아주 우연한 기회로 잠시 머물다 간 사람이다. 그저 물 흐르듯 흘러 지나간 사람. 하지만 잊히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노래. 이런 글로 어떻게 노래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사람은 이 별것 아닌 글을 가지고 노래를 만들어줬고, 그 노래는 한동안 내 플레이 리스트에 무한반복 구간에 자리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가 나의 글로 노래를 해준다는 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니까. 기대하지 않았던, 아니 상상할 수도 없는 선물을 남기고 간 사람에게 오늘도 감사하다.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싶게 해 준 사람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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