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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8. 2020

편지

지치지 말고 지내요.

안녕 , 잘 지냈나요. 머리를 뉘어 잠이 들기 전 당신이 생각나서 편지를 씁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나요. 당신은 지금쯤 잠이 들었을까요. 아니면 나처럼 엉망진창으로 가득 차 버린 머릿속을 시원하게 털어낼 수도 없이 끙끙 앓느라 잠들지 못하고 있나요.


요즘 많이 힘들죠. 밥을 먹을 새도 없이 일을 하랴 공부하랴 뭐하랴. 솔직히 꿈꿀 시간도 부족한데 어떤 일이 달갑겠어요. 그래도 당신의 그 웃음소리를 들을 때면 저도 같이 웃게 된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웃음소리에 내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신기하죠. 저도 제가 신기해요. 자신감만 잃지 않았음 해요. 당신은 분명 좋은 사람이니 뭐든 다 잘될 거예요.


오늘은 하루가 길었어요. 당신은 어땠나요. 당신 생각에 꽉 찬 하루였는데, 바쁜 당신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더디게 가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씩 틈이 나면 연락을 줘서 기다리는 맛이 있어요. 히죽. 또 당신 덕분에 슬쩍 웃어요.


오늘은 옛날 노래를 들었어요. 정말 초등학교 중학교 때나 듣던 그런 노래들. 90년대 초반의 노래를 들으면 요즘 아이돌 노래보다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좀 나이 들어 보이겠지만 나는 그렇더라고요. 뭔가 반복되는 가사만 있는 요즘 노래보다 더 와 닿고요. 이상하죠. 생각보다 지금의 노래보다도 그때의 노래가 직설적이네요. 그게 맘에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네요.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하늘을 보니 여기는 별이 이렇게나 많이 박혀있어요. 그쪽은 어떤가요. 별을 볼 수 있나요. 제가 사는 곳은 별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여행 온 이곳은 별이 너도나도 얼굴 내밀고 자기가 더 빛이 날 거라고 다투는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예쁜데 몹쓸 카메라가 담아내질 못 하네요. 저렇게 밝은 달님도 막상 카메라에 담으려고만 하면 흐려진달까요. 너무 속상하네요.


내가 보는 이 예쁜 것들을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툭 하고 던져주고 마치 한 번에 찍은 양 예쁘지 내가 찍은 거야 에헴- 하고 허세도 좀 부리고요. 그러면 또 당신이 피식하고 어이없어서라도 웃어주겠죠. 그건 그거대로 좋아요. 당신이 웃는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또 예쁜 것들을 만나면 무심코 당신에게 보내올 거예요. 그럼 성의를 봐서라도 피식 한번 웃어줘요. 이 사람 또 예쁜 걸 보고 나를 떠올렸구나 하고.


내 시선에 담긴 모든 예쁜 것들을 전해주고 싶어요. 당신께. 당신이 혹 귀찮아 할 수도 있겠네요. 세상에 예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도 너무 많으니까요. 조금 귀찮더라도. 이 사람 내게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구나. 하고 한 번만 생각해줘요. 그럼 내 시선에 담겼던 모습들도 예쁘게 보일 테니.


앗 편지를 쓰다 보니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그럼 조만간 또 편지할게요.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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