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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9. 2020

서른한 살의 솜사탕

엄마의 마음

어렸을 땐 모르겠지만 크고 나서 사실 솜사탕은 설탕인데 왜 먹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근데 요즘은 솜사탕이 왜 그렇게 맛있는지. 구름처럼 동그란 그런 솜사탕보다 먹기 쉽게 모양이 되어 잇는 솜사탕들이 많아지다 보니 먹기가 편해져선지 종종 사 먹곤 했다. 서른 하나가 되어 올해 최고로 긴장되었던 어떤 순간에 밥보다 더 당겼던 솜사탕. 커피를 먹지 못하니 엄마가 웬일로 솜사탕을 사줬다. 서른하나에 엄마가 사준 솜사탕이라니. 그 어떤 사탕보다 달고 그 어떤 사탕보다 기분이 좋았다.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금세 사르르 녹아버려 아쉬웠다. 조그만 솜사탕을 홀랑 다 먹어버리고 다시 한 봉지 더 얻었는데 세상 행복하더라.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 서른하나에 엄마가 사 준 작은 솜사탕은 어릴 때 그 솜사탕보다 더 달고 행복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무례하기 짝이 없던 무식함의 끝을 보여준 그날의 상견례.

그날 쓴 이 일기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입덧이 유독 심했던 나는 며칠 째 제대로 음식을 삼킬 수 없었다. 그날도 당연히 아무것도 삼키지 못했다. 그렇게 아빠 엄마와 함께 상견례를 하기로 한 곳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커피를 마실 수 없는 나는 뭘 마실까 하다가, 뭘 마셔도 삼키기 어렵겠단 생각에 시무룩해졌다. 그러다 커피를 주문하는 엄마의 앞에 놓여있던 솜사탕. 사실 아주 어렸을 땐, 솜사탕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필드에서 근무를 할 때 스타필드 내에 있던 롤케이크 모양으로 만들어진 솜사탕을 호기심에 몇 번 먹어본 기억이 있었다. 먹기도 훨씬 편했고, 무엇보다 예뻤다. 계산하던 엄마 앞에 놓인 솜사탕이 먹고 싶다고 했고, 평소 군것질 거리를 잘 사주지 않던 엄마는 그거라도 먹을 수 있으면 먹으라고 사줬다.


자리에 앉자마자 추위에 떠는 나를 보고 엄마는 덥다며 외투를 벗어 내게 덮어 주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마시지 못해 시무룩했던 마음을 달래려 솜사탕을 얼른 입에 넣었다.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다른 건 쉽게 삼키지도 못하면서. 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어린애처럼 신나게 먹었다.


작은 솜사탕은 세 번 먹으니 없어졌다. 아쉬운 마음에 엄마를 쳐다봤고, 엄마는 그게 맛있냐며 한 봉지를 더 사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땐 솜사탕을 사달라고 하면 그렇게 화내던 엄마였는데. 그거라도 먹을 수 있으면 먹으라며 사주는 엄마. 괜히 미안했다. 그리고 너무 고마웠다.


그날 엄마가 사준 솜사탕은 그 어떤 사탕보다도 달았다. 이제 그 솜사탕만 생각하면 또 이렇게 눈물이 펑펑 날뿐 먹고 싶진 않다. 괜히 그날의 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지금 내게 솜사탕은 달지만, 쓰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쓰다.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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