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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8. 2020

잊고 싶은 기억에 대한 기록

착각으로부터의 도망

잊고 싶은 기억에 대한 기록.
막연히 서점에 가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간 서점에서 만난 이야기. 뭔가 공감되는 말들이 하나둘 보여서 단숨에 이 이야기는 데려가야 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고민 없이 이 이야기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막상 펼쳐볼 용기가 안나 책상 위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다. 왜일까. 펼치기 싫은 걸까. 펼치기 두려운 걸까. 이 책의 내용은 작가의 파혼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들여다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가 이런 사람을 선택해 평생을 함께하려고 했다니 너무 충격적이고 한편으로 그 사람과 헤어진 게 다행이라는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름 끼치게 무섭고 소름 끼치지만 다행인 이야기. 무엇이 얼마나 충격적이었길래 이런 기록을 남긴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결혼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할까.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라면 나는 앞으로의 나를 더 이상 연민하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착각했다. 결혼을 하자는 그의 달콤한 프러포즈에 화답하는 순간부터 절벽으로 떨어질 줄을 누가 알았을까. 다행히 결혼이라는 앞으로의 시간을 서로와 보내기 위한 약속을 하기 전, 겨우 정신을 차리고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사람을 아니 사랑을 다시 믿을 수 있을까. 아니 사랑한다는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같은 속도의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사람은 과연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온갖 잡생각에 사로잡히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게 해 준 사람을 다시 추억하게 되더라. 그래서 자꾸 그 사람이, 마음에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사람이 다시 깨어나더라. 가장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일까. 가끔 생각해본다.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내가 이 일을 겪지 않아도 됐지 않았을까. 괜한 원망이 들다가도 다시 그리워지는 시간. 예쁜 추억을 가장 많이 선물해주고 존재도 찾을 수 없게 사라져 버린 사람.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지. 그 사람과도 분명 문제가 있어서 헤어졌을 텐데 말이야. 근데 그런 건 다 잊고 행복했던 기억만 가지고 그 사람을 다시 그리워하고 있다는 게. 이 모든 걸 다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온도의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럼 그 사람이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꿈.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것들이 한낱 지나가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길 수 있는 건지.

언젠간 따뜻한 온도의 그 사람이 내게 손을 내밀어 주면 나는 그게 따뜻한지 알기 전에 도망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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