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나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길을 잃어버렸다. 나름대로는 구체적이라 생각해왔던 일들 중 하나도 이뤄온 게 없이 시간만 흘렀다. 당연히 내가 계획한 길이 아니어서 더 오래 방황했다. 정해진 대로, 아니 정해준 대로 살았다고. 누군가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한 그 말에, 내가 정해둔 길을 벗어나 조금 다른 길로 걸었다. 잠깐일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처음엔 조금만 돌아나가는 거라고, 곧 조금 더 안전하게 꿈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타고 걷는 동안 다치지 않을 거라고. 운이 좋으면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생각했던 길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내가 생각해왔던 길보다는 그래도 더 안전할 거라고. 핑계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그래 어쩌면 그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내 잘못으로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고. 괜히 탓을 할 수 있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나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저만치 앞서 시간을 걸은 사람의 말에, 내가 가려던 길은 포장이 되어있지 않으니 더 고되고 위험할 것이라는 그 말에.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먼저 걸어간 사람의 이야기 대로만 하면, 나도 그들처럼 금세 꿈을 이룬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인지 조금, 가려던 길을 멈추고 다른 길로 돌아가는 나의 걸음이 가볍진 않았다. 이 길이 맞는지, 이렇게 걸어가면 도착은 하는 건지. 그래도 언젠가는 같은 도착지에 도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같은 방향이라고, 언젠가는 그 길의 끝에 꿈과 만나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서른 즈음이 되면, 나도 먼저 앞서 간 사람들처럼 꿈꾸던 단단한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그런데 막상 그때 생각했던, 그때 당시의 나에겐 어른으로 보였던, 그 서른 즈음이 되고 보니, 옳은 길은 없었다. 포장이 되어있건, 포장이 되어있지 않건.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먼저 걸어간 사람도 길을 몰라 헤맸던 건 어차피 나와 같았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걷는다고 해서 안전하다던가, 조금 더 수월하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한다던가 하는 그런 것은 없었다. 애초에 답이 없는 거였다. 어른이 된다고 하는 것에는, 꿈에 닿는다는 것에는 답이 없다. 서른이 넘은 지금의 내가 걷는 이 길이, 내가 시작점에서 꿈꿨던 그 길의 중간조차도 아직 가지 못했다. 그저 시간을 타고 걸어온 길을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뒤돌아 봤을 때, 이제야 내가 알아낸 진실은. 누군가가 닦아놓은 길이 내 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시간을 타고 걸어온 시간들을 고개 한번 제대로 들지 않고, 주위를 한번 보지도 않고. 정말 앞만 보고 걸어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조금 천천히 걷더라도 나를 버리지 않고, 내가 생각해왔던 길로 천천히 주변도 보면서 걸어왔다면 조금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걸어왔다면, 오히려 지금의 나보다 더 배운 것이 많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어른이 되어있을 것만 같던 나의 30대는 그저 조금 더 무게감이 생긴 걸음을 걷는, 몸이 커져버린 아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잔뜩 넘어지고 다쳐 여기저기 흉 지고, 웃는 법을 까먹어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바뀐 것이 없는. 정말 그저 커져버린 아이. 마음의 속도도, 걸음의 속도도 느려진.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고도 출발선에 서서 혼자 한참을 머뭇거리게 된 아이. 길을 잃으면,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 다시 길을 돌아가는 것을 택하는 아이. 어른 아이. 길을 잃어버린 나도. 걸음의 무게에 속도가 더뎌지고, 시간을 걸어오는 동안 오히려 겁도 더 많아지고, 더 오래 머뭇거리게 된 나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출발점은 분명 있었는데, 도착점이라는 게 있을까. 나도 그곳에 도착은 할 수 있을까. 무거워진 마음에 잔뜩 목이 메는 밤이다. 꿈을 잊고 살아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겁이나 숨겨둔 것뿐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부터 나의 밤은 점점 더 밝아져 잠을 이루지 못한다. 눈을 감아도 밝은 밤이다. 밝아진 만큼 불안이 커지고, 마음은 시끄러워진다. 내가 바라 온 장면에 지금의 이 장면은 없었는데. 그 생각에 오늘 밤이 더 신경 쓰인다. 그렇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또 하루 늘었다.
언젠가는 지금 하는 이 고민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올까. 그땐 나도 어른 아이가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