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계절을 돌아 여전히 당신은 내게로 와, 다시금 여름인 듯 뜨겁습니다. 당신이 머무르던 그 어떤 계절보다도, 떠나던 계절이 가장 강렬함을 당신이 알리가 없을 테지요. 어떤 계절보다도, 당신은 내게 긴 여름이었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식지 않을 것만 같이 뜨거웠고, 내내 그 뜨거움으로 열병을 앓았습니다. 하지만 그 뜨거운 여름에도 긴 장마가 있기 마련이지요. 뜨거워지는 만큼 역시, 장마도 더 길었습니다. 어쩌면 눈물과 불안을 가려줄 최고의 커튼이 되어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커튼이 걷히자마자 뜨거운 여름이 가고 계절은 차츰 차갑게 식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역시 뜨거웠던 만큼 더 적응하기 힘든 계절입니다. 그렇게 다시 계절을 돌고 돌아 제자립니다. 왜 계절은 돌고 돌아야만 하는지. 그대로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인지. 괜히 당신이, 계절이 원망스럽습니다. 언제나 멀어졌던 만큼 다시 더 깊어져 돌아오지요.
당신은 없지만, 당신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름은 뜨겁고, 장마는 깁니다. 머무르는 당신도, 당신이 아닌 당신도. 여전히 내게 뜨겁습니다. 밤보다 낮이 깁니다. 애석하게도 깨어있는 시간이 의도치 않게 더 길어지는 계절, 여름입니다. 덕분에 당신은 오래도록 곁을 맴돕니다. 차라리 가을이지 그랬냐고, 어설픈 원망을 합니다. 적당한 바람이 선선해 뜨거운 낮과 차가운 밤의 경계에 선 그 계절을 사랑했어야 했습니다. 여름이 아니라, 가을. 애매하다 여긴 것이 적당한 것이었을지 모를 그 계절 말입니다. 뜨겁게 사랑하는 것보다, 적당히 사랑하는 편이 더 나았었나 봅니다. 뜨거운 계절을 사랑했던 나는 지금, 애매한 계절에 서서 당신을 그립니다. 후회를 그립니다. 이리 애닯다 말해도, 어차피 지금 내 곁에 선 당신은 내가 만들어낸 꿈, 그뿐이겠지만요. 뜨거운 계절이 왔으니, 역시 이번에도 긴 장마가 다시 계절을 따라오려나 봅니다. 하늘이 치는 커튼에 고개를 묻고, 오래토록 쏟아질 눈물을, 울음을 가린다 한들 가려지겠냐만은 그래도 애써 가려보렵니다. 차마 나의 눈물을, 숨에 따라 삼키는 울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커튼에 숨어있다 보면, 또 계절은 자연히 지나겠지요. 그렇게 당신에게 계절을 보냅니다. 계절의 등쌀을 당최 이기지 못하는 당신은 다시 내게 당신이되, 당신의 모습이 아닌 채 또다시 계절을 돌아오겠지만요.
이런 얘기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당신은 내게 변함없이 당신입니다. 그것이 내게 날을 세우고, 더 날카롭게 굴지라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