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졌다고, 넘어진 거라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잠시 넘어진 거라고, 털고 일어나면 모든 게 다 새로울 거라고. 언제나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 나 자신에게 매번 실망을 하면서도, 아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어쩌면 언제까지고,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스스로에게 그런 변명을 하겠지. 나는 넘어진 거라고, 잠시뿐일 거라고. 잠깐 다친 거라고. 절뚝이는 다리를 끌고 일어나, 한 발자욱만이라도 한 발자욱만이라도 더 걸어가면 다친 것도 모르고 다시 익숙한 듯 원래의 걸음을 걸을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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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넘어져 있었나 보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그 주문을 아무리 걸어도. 조금 넘어진 게 아니라, 저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것만 같다. 산을 중간도 채 오르지 못했는데 아직도 나는 입구에서 멀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산비탈 아래로 나가떨어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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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것이 아니다. 아스라 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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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 진 몸뚱이를 이끌고, 회복도 하기 전에. 그 말도 안되는 순간들을 지나쳐 다시 그곳으로 가려고 하니, 아스라 진 몸뚱이는 눈치도 없이 다시 나를 넘어뜨리는 거지. 네가 지금 걸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라고 잔뜩 비웃으면서. 그래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 제 걸음을 찾기보다, 제 자리를 찾기보다, 또 추락하고 또 추락하는 거겠지. 처음 굴러 떨어진 곳까지는 닿지도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