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였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공들인 탑은.

by maudie

도망가자. 어디든 네가 가자고 하면 니 손을 절대 놓치지 않을게. 네가 가자는 대로 갈게. 그런 마음이었다. 너의 걸음이 빠르다면 나도 걸음을 빠르게 걸어 너에게 속도를 맞추고, 너의 걸음이 느긋하다면 나도 너의 걸음에 맞춰 느긋하게 걸으며 너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가겠다는 그런 마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된 걸까. 우리 손 맞잡을 때 서로를 절대 놓치지 말자고, 서로에게 걸음을 맞추자고. 그래서 가까워 지기보다 함께 오래 나란히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런 약속을 했던 사람은 곁에 없다. 우리가 한 약속이 우스웠던 그 사람은 두 사람이 걸을 길에 한 사람을 더 욱여넣었고, 비집고 들어온 사람이 나를 밀쳤다. 나가떨어졌다. 잡아야 할 손이 저만치 멀어졌다. 우습게도 내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을 잡은 채로 말이다. 처음엔 설마, 두 번째는 아닐 거야. 그리고 세 번째는 그럴 리 없어. 마지막 네 번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확인사살을 당한 것 같았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무의미했고, 이전의 약속 따위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사람에게는. 함께 하던 노래가, 함께 걷던 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거름이 되어 단단해질 거라고 믿었던 우리는 부실공사였다. 약속은 무너졌고, 추억은 쏟아져 내렸다. 마치 함께 보낸 시간이 쌓은 탑은 원래 없었던 것 마냥 가루가 되어 쏟아졌다. 마음을 덮친 추억이 남아 나를 짓누르는 동안 저만치 보란 듯 달아나버렸다. 아마도 그 사람은 추억이 쏟아져 짓눌려 서서히 나를 잃어가는 동안 내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쏟아진 것들 위에 다시 열심히 탑을 쌓겠지. 언젠간 그것들도 지금의 나 같은 결말을 가지겠지. 훤히 보이는 길 위로 두 사람이 걷는다. 꼴 보기 싫다는 듯 나를 다져 밟고 올라선다. 그렇게 그 사람의 시간에 머물던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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