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이자 숨

너는 나의 아지트였다.

by maudie

기댈 곳, 너는 내게 그런 곳이었다. 지친 눈물이 토독 떨어져도 애써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곳. 더 이상 나를 애써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곳. 너는 내게 그런 아지트였다. 삶의 바다에서 낙오돼 저 심해로 외로이 떨어지는 어떤 날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어떤 것이었다. 꺼져가는 나의 불씨가 살아나는 곳. 내가 비로소 나일 수 있는 곳. 너는 내게 유일한 사람이었고, 품이었다. 부디 숨이 붙어있는 시간 동안은 그 품이, 그 유일한 아지트가 부서지지 않기를 바랐다. 언제고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서였을까. 더 간절했던 것 같다. 알고 있기에 체념한 것이 아니라 알고 있기에 더 부서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정말 간절히. 어차피 사라지고야 말 것이라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랐다. 원래 귀하고 유일할수록 더 유지가 어렵다. 조심스러울수록 더 깨지기 쉬운 법이다. 네가 그랬고, 내가 그랬다. 우리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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