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

비행운

by maudie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 내가 그곳에 없음으로써, 내가 그곳에 있음을 기억해주는 사람.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하는 사람. 어쩌면, 세상에 없을 이상형 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대전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가는 동안 읽은 책에서 나온 문장과, 그것에 꼬리를 문 생각. 그 책이 '비행운'이다. 이 책을 읽고 문문의 '비행운'이 나왔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내내 궁금했다. 서점에 가면 항상 베스트셀러를 올려두는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소설에 대해 흥미가 없었던 내게 흥미를 끌어낸 책이다. 다만 '단편 소설집'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읽기 시작했다는 것. 책에 버젓이 쓰여있는 그 부분을 나는 신경 쓰지 않았고, 교보문고 e북으로 구매해 보관해두다 처음 열었던 이야기.


소설에 대해 흥미가 없다는 것은 몇 번 이야기했던 것 같다. 사실, 소설을 처음부터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에는 영미소설을 좋아했다. 아, 물론 당연히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책을 읽었다. 판타지 소설이 아닌 소설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학창 시절 붐이 일었던 인터넷 소설이 책으로 나온 것들을 주로 읽었던 것 같다. 정말 다시 읽을 수 없는 유치한 러브스토리. 사춘기 소녀답게 그런 책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것을 보니. 어쨌든, 나는 소설보다는 문학책에나 나올법한 책을 좋아했던 것 같다. 굳이 읽으라고 하면, 문학책에 실렸던 것들을 모아둔 책을 여러 번 읽곤 했다. 대게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지 모른다.


판타지 소설은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읽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않을 것 같다. 내용을 기억하는 책이 없는 걸로 미루어 보아, 정말 그랬던 것 같다. 꿈, 환상 같은 것을 심어준다는, 상상력의 힘을 키워준다는 그런 책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은 공감할 수 없는 현실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인 듯하다. 지금도 이해나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부분의 내용이 있으면 다 읽지 못하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웬만해서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읽을 확률이 너무 낮았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비행운'이라는 책을 결제하고 넣어만 두고 펼쳐보지 못한 것도 그 때문 이리라. 그렇게 보관하던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맨 처음 나온 이야기에 나는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으로 시작해 '?'으로 끝이 났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가 다시 돌아올 것 같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다음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는 다 다른 이야기였고,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읽지 못하고 잠시 다시 닫아두었다. 집중력에 한계가 생겼다. 너무 빨리 이야기가 끝이 났다. 아쉬움이 끝까지 차올라 혼자 씩씩댔다.


'아니, 왜? 왜 여기 서 끝나? 그래서? 그래서는 어딨어?'


몇 번을 외쳤는지 모른다. 물론 속으로. 두세 가지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는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아쉬워서. 정말 아쉬워서. 이야기가 술술 읽혔지만, 시작은 있고 끝은 없는 이야기. 마음에 긴 여운이 남았다. 아니, 여운이 아니라 미련이겠지. 다음 이야기가 없나 하는 쓸데없는 아쉬움이 가득한. 그렇지만 분명한 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다. 너무 술술 잘 읽혔기 때문에.


여행을 하기 위해 내려가던 기차 안에서 읽던 것이라, 다음 이야기를 읽기까지의 시간이 당연히 조금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시간까지도 다시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 읽은 이야기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


이 문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곱씹고 또 곱씹었다. 이문장에 왜 그렇게 멈춰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근사한 문장인지. 나의 부재를 알아주다니. 그것만큼 완전한 것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문장을 켜 두고 한참을 다시 읽었다.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 나의.. 부재.. 내가 없음으로써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라니..'


그것만큼 완전한 사랑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에서 그 문장은 결국 슬픈 엔딩을 맞았지만, 잊을 수 없는 문장이 되었다. 읽는 중간에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뒀을 정도니까, 그만큼 오래 남았다. 내가 없음으로써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준다는 것은 그만큼의 관심과 그만큼의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니까, 분명 그런 거니까. 그날, 저녁에 돌아오는 길에 친한 작가님의 피드에 박제된 이슬아 작가님의 문장이 생각이 났다. '부지런한 사랑.' 완전한 문장이라고, 작가님이 내내 칭찬했던 문장. 아마도 나에겐 이번 문장이 그만큼 완전하다 느꼈는지 모르겠다. 괜히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그 문장은 타인보다 자신에 관한 것이었겠지만, 왜인지 그냥 그런 생각이 났다.


그리고 가만히 그 문장을 이렇게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래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이상형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 그것만큼 환 실한 사랑이 있을까 하는. 아, 물론 그 이야기와 같은 전개라면 이불 킥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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