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나를 가둔 것은 결국 나인가.

by maudie

모두가 지나간다. 시간도 세상도. 잔인하게도 깜깜이 가리어진 동굴이 아니라 생생히 보고 느끼는 유리벽이다. 어렸을 적엔 캄캄한 동굴에 갇힌 것 같다는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캄캄한 동굴이 아니라 너무 생생히 보이는 유리벽이었다. 넘어설 수 없지만 분명 다 눈앞에 있는 것. 나는 그 유리벽 앞에서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단지 눈을 감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눈을 뜨고 나도 저 유리벽 바깥에 보이는 시간과, 세상에 가까워지기 위해, 함께 지나기 위해 이 악물고 나를 뱉어가며 노력했다. 분명 나는 애썼다. 어렸을 때처럼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을 택하지 않기 위해 더 분명히 보려 애썼다. 노력이라는 것들이 모여 만든 결과가 결국 이것이라면 나는 왜 그토록 애썼던 것일까. 무엇이 나를 그렇게 재촉하고 채찍질했던 것일까. 결국 나는 제자리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흐른 것은 나를 스쳐간 시간뿐이라는 덧없음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노력을 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낳은 참혹한 결과에 무너진다. 그 믿음이 깨어진다. 나는 다시 유리벽 속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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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벽이 언젠간 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그대로 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