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

by maudie


조용한 크리스마스 밤. 각자의 방, 각자의 밤. 한 해가 지는 그 계절의 끄트머리에 서서 다음 해를 맞이하기 전. 네 번의 계절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와 여전히 남은 내 안의 방을 채우지 못했단 그 쓸쓸함이 겹치는 이상한 기분으로 가득한 밤. 홀로 가만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나의 공간에서 흐르는 시간을 붙잡지 못하고 앉아 멍하니 있을 줄 알았던 그 밤. 운이 좋게도 넋두리하듯 그저 의미 없는 이야길 뱉어도 그걸 나눠 다시 메아리처럼 돌려보내 주는 이가 있었다.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밤을 보내며 나눈 이야기는 생각보다도 따뜻하고 멀지만 분명한 온기가 있었다.



아직 며칠이 남은 올해의 밤을 마저 나눌 수 있을지는 미지수겠지만, 여전히 멀지만 분명한 그 온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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