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사람. 오랜만에 만나도 바로 어제도 만난 것 같은 사람. 그저 눈앞에 놓인 커피잔 속 얼음이 녹는 것만 봐도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 커피 한잔이 아쉬워 불편한 자리에서도 굳이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 싶게 하는 사람과 그곳의 분위기. 그리고 그날의 커피 향. 장소가 주는 힘도, 함께하는 사람이 주는 힘도. 너무나 적절해서 다 마신 커피잔을 앞에 두고도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별로 이야기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것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쓸데없는 농담과 장난만이 오갈 뿐. 타이밍이 나빠 조금 불편한 의자에 앉았다 투덜대고, 한참을 장난을 치다 장난이 멈추면, 눈앞에 유리잔에 부서지는 햇살에 감동하다가, 그 햇살에 눈이 시리다며 쟤들이 공격한다며, 유치하게 다시 고갤 돌려 서로를 놀려댔다. 장난을 치고, 농담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눈앞에 장면이 예쁘면,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정말 하고 싶은 그대로.
껍데기만 나이가 들어가고 속은 여전히 어리기만 한 우리, 그걸 서로에게 감추거나 들키지 않아도 되는 우리라서 가능했던 일들.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서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