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도 계획도 없는 여행

by maudie


여주에 위치한 '수연목서'라는 독립 서점 겸 카페입니다.



무턱대고 가는 여행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이 누군가를 갑자기 만나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며 출발하는 여행만큼 설레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만큼 실망을 하는 일도 더러 있긴 하지만요.


저는 계획형 인간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무언가를 하는 일에도. 계획이라는 것이 틀어질 때에 받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기에 택한 것이 계획하지 않는 것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미리 모든 것을 계획하고 움직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할 때에는 그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 없어야 했습니다. 완벽해야 했어요. 사람이던, 장소던, 시간이던. 그 어떤 것의 변화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손에 꼭 쥐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엔 그냥 놓아버리곤 했습니다. 너무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변수가 참 많죠. 그래서 저는 계획을 하지 않고 진행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 이후로 여전히 계획을 하지 않고 움직입니다. 약속도 확실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편이에요. 약속이란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걸 지키지 못할 때의 불편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저는 매번 친구를 만날 때 갑자기 만나곤 합니다. 친구들은 종종 저를 이해하기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제가 약속을 미리 잡지 않는 탓에 본인이 원할 때엔 웬만하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은가 봅니다. 여행도 물론 갑자기 떠나는 겁니다. 그게 아이러니하게도 생각보다는 훨씬 괜찮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로 그냥 흘러가 보는 것도 돌아보면 나쁘지 않아요.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계획을 미리 하지 않아도, 약속을 먼저 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아요. 물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아니 자주 있는 탓에 조금은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변수가 생기면 그 사일 비집고 제가 차지할 때도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아요. 무언갈 약속하고 계획하고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요. 어차피 약속이란 매번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획이란 항상 그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무턱대고 만나고, 여행하는 일. 계획하지 않은 또 다른 행복이 생기는 일이라 생각해요, 전. 그런 의미에서 긴 연휴에 무턱대고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 꼭 멀지 않더라도.


안온한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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