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듯 다정하게

by maudie

뭐하냐는 물음을 잘못 들은 걸까. 너는 내게 "나도 좋아해."라고 말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니 자바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뜬금없는 얘기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잔뜩 기대한 마음이 빵 터져 버렸다. 웃음기와 장난기가 가득한 우리의 대화는 점점 산으로 갔다. 어디까지가 장난인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웃었다면 되었다는 듯 이야기를 나눴다.


세찬 비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소리에 새벽 늦게까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 때문이었을까. 자꾸만 불안해하는 내게 장난을 치고 웬일인지 늘 일찍 잠에 들던 너는 내가 잠들어 답을 하지 못할 때까지 메시지를 보냈다. 언제 까무룩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아침이 왔고 여전히 비는 나렸다. 그리고 핸드폰엔 내가 잠이 들고 난 후에도 보낸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덕분에 잠에 들 수 있었다고 고맙다는 내게 너는 고마운 일이 아니라는 듯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고 나는 엄청 큰 일을 한 거라고 고맙다 말했다. 그 말에 으쓱하는 네가 너무 어이없어서 아침부터 새어 나오는 웃음에 괜히 또 고마웠다.


한참을 얄미웠다가 한참을 고마웠다가 한다. 참 이상한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상한 타이밍에 늘 고마운 일이 생겼다. 너는 신기하게도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확실히 고마운 사람. 몹시 차가운 듯 굴다가도 세상 다정한 사람.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러운 사람. 그래서 이상하게 늘 고마운 일이 생겼다.


너의 별일 아니라는 듯한 그 무심한 행동에 감사하고 감동한 지난 시간들이 앞으로도 꾸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멀어지지 않고 적당히 가깝게 그렇게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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