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by maudie

나는 울보다. 기쁜 일로 울어본 적은 의사 선생님께 내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뿐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화가 나서 울고 슬퍼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서운해서 울고 울려고 울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에 내가 들어가 내 이야기로 만든 다음 운다. 다들 내가 너무 울어서 툭하면 울고 또 우는 애라고 한다. 나도 울고 싶어서 우는 건 아닌데. 그냥 뭔가 감정이 커지면 눈물이 나는 것 같다. 보통 그러면 기쁠 때도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기쁠 일이 없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툭하면 우는 애. 감정이입을 너무 하고 몰입을 너무 해서 별 것도 아닌 것에도 우는 애. 그런데 왜 기쁜 일에는 그렇게 어려운 걸까. 우는 것만큼 잘 웃기도 하는 난데. 사람들은 웃는 모습보다 우는 모습을 더 잘, 더 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오늘 이사를 하느라 한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몰아서 봤다. 역시 또 내내 우느라 정신없었다. 멀리 조카 돌잔치 때문에 다녀온 뒤로 피곤하기도 했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힘들었기도 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워 대충 정리를 끝내고 누워 본 드라마를 보는 동안 장면 장면마다 내가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 주인공이 됐다. 내가 겪은 것도 아닌데 울컥하는 마음을 눈치채면 이미 눈물이 한참 흘러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왜 울고 있는 거지? 하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드라마에는 집중이 안됐다. 정말 나는 왜 우는 걸까. 별것 아닌 대사에 주인공이 울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울고 있는 걸까. 대체 나는 왜 우는 걸까. 뭐가 그렇게 슬펐던 걸까.


한참을 생각해봐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내린 결론은 나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할 필요 없다는 아주 뜬금없는 것이었다. 내가 왜 우는지, 머릿속이 아니라 마음에서 울컥 울음이 쏟아지는 이유가 뭔지 알지도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감정에 나를 쏟아낼 필요는 없다는 결론. 사실, 이 말도 안 되는 결론도 이해가 안 간다. 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내가 왜 하고 있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다만 그저 이런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는 걸 쏟아내지 않으면 오늘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내일의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던, 내 이야기던 그저 우는 것보단 훨씬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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