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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04. 2022

봄을 함께 걷고 싶었던

놓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

봄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오랜 시간을 알아 온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말에 텅 빈 하늘에 별이 꽉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함께 할 시간이 앞으로 많을 거라던 말에 많은 내일을 기대하게 했던 사람. 오랜 로망이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을 때에 고민 없이 그날의 그 시간의 그 장소에는 당신이 함께 할 거라고 지키지 못할 아니 지키지 않을 약속을 했던 사람. 앞으로의 내일에는 놓치지 않을 손이 분명 당신이라 했던 사람. 지나고 보면 또 같은 말에 현혹되어 믿지 않아야 할 것들을 믿고 사랑하지 않아야 할 것들을 사랑했던 거였다는 것을. 그때의 나도 그다음의 나도 오늘의 봄도 다시 돌아 올 내일의 봄도. 여전히 텅 비어버린 그저 솜사탕처럼 단단치 못하고 녹아 사라져 버릴 그런 것들에 기댄 마음이 알아선 안되었던 단 맛을 알고 예쁨을 알고 기대를 알아 다음 봄에도 또 같은 기대를 하겠지만 또 나는 봄을 홀로 걷겠지.


어렸던 나는 조금 자라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전히 어린 어른이로 남아 어제의 약속들을 쥐고 홀로 봄을 걷는다. 놓친 마음들에 그래도 그것들이 참 예뻤다고 말하는 꽃들에 나는 가벼운 위로를 받는다. 내일의 봄도 그다음에 올 봄들도 딱히 기대하지 않을 솜사탕 보단 막대사탕에 익숙해질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오늘의 어른이로 남은 내 모습도 그저 예쁜 봄이었다 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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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도 그저 꽃이 지듯 진거야. 지금 보이는 저 꽃들이 지면 또 다른 사랑이 피겠지.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당신을 나 그때까지만 남겨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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