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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17. 2022

죽지 마요.

_ 누나 죽지 마요.


한참 죽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잠에서 깨면 내가 살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유들에 깔려 허우적대다 못해 숨쉬기 어려웠던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던 그때의 나는 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면 안 됐었는데, 그런 생각들을 흘리고 다녔나 보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게 너무 미안해졌다. 


여전히 나는 이따금 내가 죽는 꿈을 꾼다. 어느 날은 물에 잠겨서, 또 어느 날은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사고로 죽기도 한다. 이따금이라고 하기엔 자주, 종종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꿈을 꿀 때마다 현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 한심스러운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너무 지쳤다.


이번 달이 마지막이길 기대했던 약물치료도 무기한 연장되었고, 그저 암으로 변질되거나 더한 병이 나를 찾아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사를 오면 뭐든지 새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역시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군대에 가 있는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 동생은 내내 나를 걱정했다. 그 어린아이가 조심스레 건넨 잘 지내냐는 인사에 무게가 상당했다. 어떤 마음으로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인지 잘 몰랐다. 그리고 나는 뭐 그냥저냥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그 아이의 문자는 나를 울렸다. 


"누나 죽지 마요."


그 아이는 내가 가장 힘들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살고자 하는 의욕보다 자연히 사라지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던 때를 너무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나는 단숨에 괜찮다고 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르다고,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애의 어린 마음에 내가 뱉은 말의 무게가 그렇게 무거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내가 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가벼운 것들은 아니었을 테니 당연히 무게를 느끼리라 생각은 했으나, 내내 그 걱정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더 이상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대충 둘러대고 말았다.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나를 생각하면 내가 죽을까 걱정이 먼저라는 게, 그 마음이, 그 생각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물론, 그때의 나도 살기 위한 방법으로 뱉은 거겠지. 내 속에 있는 걸 뱉어 그 마음이 내게서 멀어지기를 바라는 무의식이 그렇게 행동한 것이겠지만, 역시 그래선 안됐다.


여전히 나는 잠이 들면 내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때처럼 간절하진 않지만. 그리고 나는 줄어드는 간절함만큼 살아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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