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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Apr 26. 2022

고향의 여름

자다가 눈을 뜨니, 집이 사우나가 되어 있다. 축축해 안 그래도 무거운데 훨씬 더 무거워진 몸뚱이를 겨우 일으켜, 베란다로 가  없는 힘 쥐어짜 겨우 창문을 연다. 새로 이사한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는 베란다 안쪽에 설치를 해서, 사용을 하려거든 베란다 문을 열어야만 한다. 오래된 아파트 안전상의 문제가 걱정이 되어 , 실내 설치를 해버린 탓에 조금은 번거롭지만, 베란다 안쪽에 설치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으니. 어쨌든 반쯤 뜬 눈으로, 더워서 언제 벗어던졌는지 모를 바지도 입지 않고, 좀비처럼 스멀스멀 나온 것이 이제야 생각이 났다. 깜짝 놀라 급하게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에어컨을 켜기 전, 지난밤 더위에 못 이겨 열어두었던 방 안의 창문을 닫았다. 곧바로 고민할 여게도 없이 나는 이른 아침부터 에어컨을 켠다. 새벽 내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 탓에 마저 잠에 들고 싶지만, 난 또 잠들지 못하고 습기가 사라질 때까지, 더위가 식을 때까지 그저 이불 위에 녹아있겠지. 뜨거워진 몸뚱이가 식고, 방안의 습기가 사라지고 나서도 분명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할 테지. 잠과 친분이 없으니. 어쨌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분명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기억의 오류나 서류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2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낸 곳이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이곳은 예전보다 더 습하고 뜨거워진 것만 같다. 아, 벌써 여름이 아찔하다. 그때의 난 아마도 몰랐겠지. 여름이 이렇게나 덥고 습한 곳인지. 그저 당연한 하루에 불과했을 테니까. 10년 만에 돌아온 나는 왠지 적응이 힘들 것 같다. 한여름에도 센바람이 불던, 더워도 습하지 않던 집. 에어컨보다 선풍기가 익숙했던, 지금은 부모님만 지내고 계신 그 집이 벌써 그립다. 가만, 아직 오지 않은 진짜 여름이 오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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