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udie Jan 05. 2023

당신이 나를 삼킵니다.

나의 바다엔 여전히 당신이 파도칩니다.

약해진 줄 알았던 당신은 어느 틈에 다시 거세져 나를 삼킵니다. 괜찮은 줄 알았던 나는 당신의 생각에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한참을 잠식됩니다. 호흡이 가빠지고 견디기 힘들 때, 딱 그때 즈음 당신은 다시 얌전해집니다. 딱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이제 다시 버티기 힘들다 싶을 때쯤. 당신은 기어이 붙들던 나를 놓아줍니다.


숨이 차올라도 당신이어서 다행이었다는 짠기가 가득한 눈물을 바다에 숨깁니다.


그래, 그래도 내겐 당신이었습니다. 다시 당신은 나를 삼키러 오겠지요. 그러곤 아무렇잖듯 나를 두고 가겠지요. 나는 다 알고 있습니다. 모른 척 괜찮은 척 애써 당신이기에.


잠잠해진 바다엔 깊게 남은 그리움만 일렁입니다. 다시 나를 삼켜도 좋을 만큼.


.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움의 끝에 여민 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