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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06. 2023

사랑받고 싶다는 모순

새로운 누군가에게 나를 이야기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것에 상당한 불편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은 역시 생은 통째로 모순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닌가 싶다.


사랑받고 싶다. 오래 아팠던 만큼 많이 건강해졌다. 몸도 마음도 이제는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관심 그 자체가 불편할 때가 있었다. 우울이 나를 집어삼키고 웃음이 뭔지 잊어버렸을 때가 있었다. 그 기간 내내 나는 나를 탓했다. 점점 곯았다.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도 그게 나쁜 줄을 몰랐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웃음이 다시 나를 찾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나를 갉아먹는 것을 그만뒀다.


그럼에도 아무나가 되기는 싫었다. 그저 그런 관계 끝에 이만하면 됐지 그만. 선이 남는 그런 관계는 굳이 애쓰고 싶지 않았다. 홀로 남을 것이 두려워 많은 고민을 하며 관계 유지를 하는 것이 대체 얼마나 좋은 일이라고 나는 또 하고 싶은 것일까.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를 궁금해하고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홀로 메아리칠 때 다시금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지레 겁을 먹고 나를 맴돌면 건강해졌던 몸도 마음도, 그래서 사랑받고 싶어진 나를 다시 갉아먹으려 든다.


그럼 역시 인생은 혼자인가 싶다.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하고 보여주고 이해시키고, 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그게 잘 되지 않는 것. 그게 또 나를 위축시키는 것을 보고자 함이 아니니 나는 다시 물러선다. 그뿐이다. 이제는 내가 더 중요해졌다. 누군가 애써 나를 궁금해한다면 나도 물러서진 않겠지만 내가 먼저 애쓰는 일이 어려워졌다.


사랑이라는 게 나를 갉아먹으려 든다면 이제는 먼저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참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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