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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14. 2023

아픈 빈 말

내가 너를 보낸 계절에 다른 누군가를 반가워하며 맞이할 수 있을 줄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많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 텐데. 마음을 조금 더 아껴둘 수 있었을 텐데. 미련하고 어렸던 그때의 나에겐 오직 세상에 너 하나여서 네가 아닌 계절이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아니 그렇게만 알았으니까. 무지한 내가 머무르던 그 시간은 이제 가고 나도 조금은 똑똑하게 널 보낼 거라 새로이 다짐해. 다시 누군가를 내 세상에 두기 위해선 너의 자리를 어떻게든 정리해야만 하니까.


이제는 정말 오래 비워둔 너의 자리를 억지로라도 정리하려고 해. 남은 미련도 남은 마음도 켜켜이 쌓인 먼지와 함께 털어내고 내 세상에 다시 올 봄을 준비하려 해. 나의 세상에도 계절은 시간과 함께 흘러야 하니까. 오래 멈춰져 있던 내 세상도 다시 돌아가야 하니까.


조금은 서운하고 아쉬울 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치우지 못한 너의 자리를 쥐고 흑백 사진처럼 색이 바라도 그 자리를 정리하지 못하고 미련하게 그대로 뒀는데, 이제 더는 쌓인 먼지를 그냥 둘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건 나를 위한 일이 아니니까. 마음이 아닌 입으로만 말했던 내가 더 중요하다는 그 말. 이젠 진짜로 너보다 내가 더 중요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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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를 다시 니가 돌아와 채울 것이 아니라면, 나도 최선을 다해 널 더는 궁금해하지 않을 테니, 너도 더는 날 궁금해하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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