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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28. 2023

알아서도 몰라서도

너와의 추억도,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시간에 따라, 추억하고 그리워한 그 깊이에 따라. 마음을 쓴 만큼 마모가 되는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간이 꽤나 오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 마음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마모되지 않고 새것 그대로, 처음 그대로의 마음으로 항상 감은 눈을 뜨면 다시 시작이다. 거짓말처럼 닳은 마음은 리셋이 되어 있다.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동안 받은 상처로 아주 미세하게나마 스크래치라도 나서 닳았다 생각했는데, 밤을 지나 다시 하루가 시작되면 원상복구가 되어 있다는 게 이제는 꽤나 익숙하면서도 억울하고, 답답하기까지 하다.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진종일, 숨을 쉬는 내내 쉴 틈 없이. 비록 하루를 너로만 채우는 것은 아니지만, 빈틈이 생기는 구간마다 너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 온다. 마음이 쉬어야 하는 때에 끝끝내 쉬지 못하게 한다. 어쩌면 추억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남은 마음이 여전히 잔뜩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해 보지만, 이토록 오랜 기간 이러는 것이 사실은 내게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 역시 버릴 수가 없다. 나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내가 숨 막힐 정도로.


오늘도 같은 하루가 다시 시작되겠지. 그리고 바뀌지 않을 마음으로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겠지. 그래도 이제 조금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도 한데, 이젠 조금 지겹다. 이런 나를 여태는 들키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 역시 알고 있는 터라 앞으로는 더는 너를 마음에 들이지 않으려 한다. 너는 모르겠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이 추억이라는 그림자 안에 갇힌 내가, 긴 밤을 지나 잠을 자고, 눈을 뜰 때마다 같은 하루에 마음이 말라비틀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남은 사랑에 잿빛이 되어도 여전히 그 남은 마음에 기대 하루를 또 버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를. 모르겠지 너는. 그래 모를 거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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