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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29. 2023

휴일

음악을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네. 조금 지친 무거워진 두 다리를 질질 끌고 집에 도착해 차가운 외투를 벗고 따뜻하게 데워진 방 침대 위에 철푸덕 엎드려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무의식적으로 들여다본 인스타그램. 곧이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와 가사가 보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을 요즘은 듣지 않고 있었다. 짧은 영상에만 두 눈과 귀가 가 있었다. 감성적인 노랫말도 따뜻한 목소리도 다 제치고 그냥 뜻 없는 웃음만 가득한 그런 것들만 찾아봤다. 괜히 뻘쭘해졌다. 내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좀 들어야겠다. 핑계를 대며 읽지 않던 책도 좀 읽고, 날이 좋으면  미뤘던 빨래도 잔뜩 해야지. 햇살이 눈부시면 동네산책도 해야지. 내일은 피곤하단 핑계로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지 말아야겠다. 그냥, 정말 그냥.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반드시 무료하게 잠으로 휴무를 채우지 말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지.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생각 없는 생각을 쏟아내고선 잠에 들었고, 아침이 되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평소 같았으면 다시 잠들려 안간힘을 썼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와 오랫동안 작동시키지 않아 꽤나 먼지가 쌓인 스피커를 켰다. 조금은 잔잔하고 잠에서 덜 깬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을 선곡들로 음악을 틀었다. 그리곤 뒤돌아 가장 우선으로 유니폼과 앞치마를 세탁기에 돌렸다. 그것들을 곧 널어야 하기에 이전에 널어둔 빨래를 개고 여기저기 흩어진 피곤의 잔재들을 하나둘 치우기 시작했다. 엄마껜 죄송하지만 열심히 만들어 주신 김치도 곰팡이 지옥에 빠져있어 바로 정리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다녀왔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왠지 상쾌하지만 여전히 피곤에 절여져 있는 상태로 터덜터덜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오늘은 꼭 해야지 하는 것들을 하나둘 해내기 위해 조금 일찍 터덜터덜.


어제 사실 잠들기 직전엔 바다가 보고 싶었다. 늘 그랬지만 생각이 많은 때마다 나는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그랬다. 피곤해 잠으로 채워야지 했던 며칠과는 달랐다. 하지만 역시 안타까운 주머니 사정으로 빌리고 싶었던 차는 완전히 포기하기로 했다. 조금은 슬픈 마음을 이따가 따뜻한 커피로 채워야지 하면서. 오늘은 조금 조용한 카페로 가, 바다가 가고 싶단 생각이 들던 그전에, 하고 싶었던 것들로 하루를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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