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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Feb 10. 2023

오래된 필름

오래되어 낡은 필름으로 빛이 바랜 하루여도, 참 괜찮은 하루였다고. 그렇게 쓸 수 있는 오늘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오늘은 꽤나 그럴싸했다.


이렇게 말을 하기엔 조금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오래되어 낡을 만큼 낡은 우리는, 서로를 모르는 게 없는 우리는.  꽤나 거친 말로 뾰족하게 굴어도 사뭇 다정했고, 무척이나 따뜻했다. 말하지 않아도 너무 깊이 서로를 알고 있어, 굳이 관계에 채색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고. 낡은 필름이지만 세월을 따라 덧씌워지는 것들이 여전히 근사할 뿐이라고 그렇게 오늘을 쓴다, 우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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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채색을 할 필요 따윈 없는 우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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