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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Feb 23. 2023

소금 그리고 어른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이의 하루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과 뱉는 것 두 가지뿐이다. 억지로 붙잡은 눈물이 만든 짜게 식은 마음이 점점 굳어져, 외려 더 부서지기 쉬운 소금이 되어가는 과정일 뿐 그것이 어떤 노력을 한들 단단한 바위가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더 단단한 소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억지로 삼키고 짜게 식힌다. 적어도 다른 이의 눈에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을 가리고 숨기기 위해서.


누군가는 이 과정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겠지. 그리고 나도 분명 그런거라고 알고 있었다. 단단한 줄로만 알았던 부모님이 점점 그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숨기는 힘이 약해지고, 그가 짜게 식혀 단단히 만들던 소금도 이제 더는 단단해지지 못하고 도로 쓴 바다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 딱히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도. 왜 그토록, 아니 어떻게 그토록 단단해보였을까.


오늘도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탓에 언제나 쓴 바다의 바로 곁에서, 소금을 만들려다 말고, 소금을 또 만들려다 마는. 그 과정에 있다. 누군가에겐 단단한 소금을 만드는 어른으로, 또 누군가에겐 여전히 눈물을 삼킬 듯 삼키지 못하는, 억지로 삼키는 모습이, 아무리 숨겨도 가만히 투영해 보이는 어린 아이로 보이겠지. 그렇게 오늘을 또 지나겠지. 아주 조금이라도 더 단단한 소금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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