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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09. 2023

다시 봄, 다시 그리움.

아주 오래 바라고, 내내 오길 바랐던 당신은 참 얄궂게도 여태 소식이 없는데, 어찌 이리 계절은 빠르게도 돌아오는지. 작년 이맘때쯤에도 겨우내 억지로 버티고 버티고 밀어내고 밀어내고 잘 참았던 당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마음에 더는 담아둘 곳 없어 넘실거리는 탓에 힘에 부쳤는데, 와중에 눈치 없는 눈물마저 가득 차 울렁울렁 자꾸만 새는 울음을 겨우 참고 버틴 계절이었는데. 다 마를 새도 없이, 다 차분해질 새도 없이 당신이 또 밀려온다.


감은 눈에 처연히 차오른 눈물이 모양새 없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후드득 떨어지고, 그렇게 미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꽃피는 계절이 오면, 미운 마음보다도 그리운 마음이 더 큰 탓에 더는 미워도 못하고. 당신과 함께한 계절을 결국 다시 곱씹고야 만다. 언제까지 당신일까, 이 계절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사람들의 말은 결코 믿을게 못된다는 교훈을 다시 새겨주려는 걸까. 점점 더 색이 짙어지고, 향이 짙어지는 그리움에 넋을 놓고 왠지 모를 서러움에 무거워진 눈꺼풀이 털썩 주저앉는다. 다시금 후드득. 주저앉은 무거운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그리움이 뱉어져 나온다.


매년 바뀌는 계절 사이로 다시 느끼는 그리움이, 아쉬움이, 지난 사랑이. 다 지나갔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겠는. 지나면 지날 수록 참으로 얄궂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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