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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21. 2023

지금이 좋다


아침에 눈을 떠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알람을 끄고 무심코 본 카톡 메시지엔 오늘 하늘이라며 보내준 다정이 있고, 꽃을 좋아한다는 말에 보이는 꽃들을 연신 사진에 담아, 내게 당신 하루에 보이는 장면들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당신의 일상을 아무렇잖게 공유해 주고. 내가 궁금해하기 전에 먼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주고, 당신의 하루에 내가 마치 완전히 스며든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에 괜히 봄이 더 빨리 찾아온 것 같은 기분. 아직 활짝 피지도 않은 꽃들이 벌써 활짝 펴 나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얘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얘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가사를 이야기하고, 그 얘기가 지루하지도 핀트가 벗어나지도 않게. 적당하게. 오버되지 않고 설레일 정도로. 딱 그만큼.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내가 바라는 사람이 찬바람 가시듯 따뜻한 온기가 되어 하루를 기대하게 하는 지금이.


너무 좋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작은 행동에 나를 배려하고, 내게 관심을 보이는 그것들이 과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고, 너무나 완벽해서. 그게 너무 좋아서.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불편하고 힘들기만 했던 그 일이, 괜히 너무 좋아지는 듯하다. 요즈음은 그렇다. 이 온기는 또 얼마나 갈지를 몰라서 조금은 두렵지만. 상대가 좋으면 무조건적이었던, 그래서 쉽게 지치고 쉽게 마음이 닳았던 예전과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같은 주제로 기뻐하는 것들이 생긴다는 게 너무 좋다.


마음이 다급하지도 않고 적당히 온기가 있으면서도 금세 식거나 달아날 것 같지 않은 지금이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불안함이 가득했던, 그때완 다른 지금이.


그리고 그 지금을 만들어주는 당신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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